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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왼)과 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
내년 1월1일 통합산업은행이 출범한다. 통합대상인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2009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분리됐다 5년 만에 재결합하게 됐다.
통합산업은행 출범을 4개월여를 앞두고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결합을 위한 관련법 개정뿐 아니라 화학적 결합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두 거대기관이 결합하는 만큼 진통도 예상된다. 직급 차이에 따른 노노갈등과 두 기관의 부채가 합쳐지면서 늘어나는 이자비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통합산업은행이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통합산업 출범 관련법 개정 가속화
통합산업은행 출범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5월 개정된 한국산업은행법이 공포됨에 따라 기존의 시행령 일부를 개정한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에 산업은행 민영화 조항을 삭제하고 산업은행, 산은금융지주, 정책금융공사 등 3개 합병 대상 기관이 참여하는 합병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통합산업은행에 금융안정기금과 관련된 기금운용심의회가 설치된다. 위원장을 맡은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출연기관, 민간위원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통합이 되면 일부 기업의 경우 신용공여한도 소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신용공여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동일인의 경우 자기자본의 20%, 동일차주의 경우 25%까지 신용공여를 제공하던 데서 통합 후 5년 동안 각각 25%, 30%씩까지 한도를 늘린다.
또 통합산업은행의 간접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펀드나 투자조합 출자 등에 대한 자회사 출자한도가 예외로 허용된다. 현재 산업은행의 금융자회사에 대한 출자한도는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돼 있다.
◆ 홍기택과 진웅섭 “화학적 결합이 가장 중요”
관련 법 개정뿐 아니라 두 기관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자발적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홍기택 KDB금융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과 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달 임직원 3천여 명에게 공동명의의 이메일을 보내 두 집단의 화학적 결합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서신에서 ‘하늘의 때는 지형의 이로움만 못하고 지형의 이로움은 사람들의 화합만 못하다’는 맹자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통합산은이 국민기대에 부응하고 성공하려면 임직원간 화학적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또 “단순히 과거 산은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동안 추진하던 업무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21세기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정책금융기관을 만들 것”이라며 “신뢰와 열정, 소통과 화합정신으로 임직원이 똘똘 뭉쳐 창조경제와 통일시대, 제2 한강의 기적을 선도하는 통합산은을 만들어 나가자”고 주문했다.
화학적 결합의 일환에서 두 기관의 직원들은 최근 농촌봉사활동을 떠났다. 두 기관에 따르면 통합산업은행 출범 이전까지 두 기관의 사회공헌 동행은 계속된다.
업무상 두 기관은 경영지원 분야를 미리 통합해 단계적 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7월 경영지원분야를 미리 통합해 통일금융분야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동연구 및 조사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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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금융지주 KDB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직원 40명이 지난 8월 강원도 철원군 양지리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통합산은 부채에 따른 이자만 매년 5천~6천억
두 거대기관이 통합하는 데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노노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통합산업은행에 새로운 직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통합산업은행은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를 흡수하는 형태여서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의 불이익이 우려됐다. 2009년 분리 당시 정책금융공사가 신설 조직이었기 때문이 직원들의 승급도 산업은행보다 빨랐고 임금 수준도 더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이 합병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때문에 기존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의 직급과 임금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 직급제도 아래서 기존 산업은행 직원들이 명목상 직급만 같고 임금은 적게 받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따른 기존 산업은행 직원의 불만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도 통합산업은행 통합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그룹 부실 여파로 13년 만에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1조2천억 원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891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홍기택 회장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당기순이익 6304억 원의 45.9%를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여전히 적자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기업 구조조정이 추가로 진행되고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면 대손상각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산업은행의) 순익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의 부실은 고스란히 통합산업은행에 전가된다. 통합산업은행이 출범하면 정책금융공사의 부채까지 더해져 매년 5천~6천억 원에 이르는 이자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 반쪽짜리 정책금융기관 오명 지울까
통합산업은행이 출범하면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중복이 사라지고 효율적 금융정책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통합산업은행이 과연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의 설립목적은 기업금융 지원을 통해 국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그러나 대기업 지원에 몰두하느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에 소홀해 반쪽짜리 정책금융기관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산업은행의 대기업 대출 비중은 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오히려 줄고 있다. 산업은행의 2009년 2분기 대기업 대출 비중은 61%에서 올해 2분기 76.2%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339%에서 23.8% 줄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대출잔액은 5년 동안 35조640억 원에서 61조6908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22조4292억 원에서 19조2306억 원으로 줄었다. 정부가 꾸준히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 엇박자가 나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09년 산은의 민영화 방침을 계기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지원이 다소 부족해졌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 5월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이 결정되는 등 다시 정책금융기관으로 돌아가는 게 확정됐으니 이제부터 중소기업의 지원을 늘리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