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제주용암수 10년 만의 흑자 가능성, 허인철 '낮은 점유율' '자본잠식' 해법도 찾나
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6-09-02 15:39:24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오리온제주용암수가 오리온그룹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해 인수한 회사의 성과라는 점에서 오리온그룹 차원의 의미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생수시장에서 점유율이 매우 낮은 수준인 데다 회사의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자본잠식률 또한 50%를 넘어선 만큼 허 부회장이 짊어진 과제는 여전히 무거워 보인다.
▲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제주용암수 적자 탈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은 2019년 11월26일 서울 강남구 마켓오 도곡점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간담회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연합뉴스>
2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오리온제주용암수는 올해 상반기 매출 75억5200만 원, 영업이익 1억8천만 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제주용암수는 2024년 영업손실 27억4100만 원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1억34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흑자를 유지한다면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를 인수한 뒤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익 흑자를 내게 된다.
제주용암수는 허 부회장이 오리온그룹의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직접 챙겨온 사업이다.
오리온그룹은 제과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사업의 하나로 음료사업을 선정해 제주용암수를 육성해 왔다.
그는 2019년 11월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제품과 사업전략을 설명했다. 당시 국내 생수시장 ‘빅3’에 진입하고 에비앙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오리온은 2016년 11월4일 제주용암수 지분 60%를 21억2400만 원에 취득했다. 이후 추가 출자를 통해 지분율을 94.56%까지 높였으며 2019년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제품을 출시했다.
다만 출시 이후 외형 성장 속도는 허 부회장이 제시했던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제주용암수의 매출은 2021년 152억 원, 2022년 126억 원, 2023년 158억 원, 2024년 154억 원, 지난해 174억 원을 기록했다. 연도별 증감을 반복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감소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삼다수와 아이시스 등이 주도하는 국내 생수시장에서 제주용암수의 시장점유율을 1~2% 안팎의 낮은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번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는 외부 판매 확대보다는 계열사 납품가격 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제주용암수는 제품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오리온과 협의해 2025년 1월부터 납품가격을 20% 인상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계열거래가 차지한 비중은 97.8%였다.
오리온이 제주용암수 제품의 판매와 유통을 맡는 사업구조에 따른 것이지만 현재의 영업손익 개선을 소비자 판매나 수출 확대에 따른 성과로만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대규모 초기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4년 37억4500만 원, 지난해 61억9700만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32억4900만 원으로 흑자를 냈다.
상반기 영업손익에서 흑자를 냈지만 순손실을 본 탓에 자본잠식은 오히려 심해졌다.
▲ 오리온제주용암수는 오리온그룹 편입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오리온그룹 사옥. <오리온>
오리온제주용암수는 올해 상반기 순손실 52억6천만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18억600만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6월 말 오리온제주용암수의 자본총계는 363억2900만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2억3900만 원 줄었다. 자본금 790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47.4%에서 올해 6월 말 54.0%로 높아졌다.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장사 기준으로 자본잠식률 50%를 넘어선 상태가 2년 연속 이어지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재무구조에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라 할 수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외법인 차입금의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약 40억 원이 2026년 상반기 영업외손익에 회계상 반영된 것으로 실제 추가 자본 유출은 없다”며 “총차입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자본잠식률을 낮출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업이익을 유지하면 누적 결손금을 줄일 수 있는 순이익 창출 기반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자본잠식률 개선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자본잠식률을 실제로 낮추려면 외부 판매처를 확대해 영업이익 규모를 키우고 차입금 축소를 통해 이자비용과 환율 변동 위험도 낮춰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음료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긴 호흡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최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닥터유 제주용암수의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판매처를 확장해 외형 성장을 도모하고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