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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성균관대 교수 최재붕, AI 오디세이아의 종착지는 '이타카(Ithaca)'

이재우 sinemakid222@gmail.com 2026-08-2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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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성균관대 교수 최재붕, AI 오디세이아의 종착지는 '이타카(Ithaca)'
▲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는 디지털·AI 혁명 속에서 기업과 개인이 어떻게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화두를 던지는 대표적인 미래학자다.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
[비즈니스포스트] “마음의 표준(Standard)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공지능(AI) 사피엔스 시대에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가 선언한 경고다. 스마트폰 기반의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넘어, 생성형 AI가 삶의 기본 도구가 되는 신인류 ‘AI 사피엔스’가 시장의 강력한 주체로 급부상했다.

필자가 요즘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AI 전문가 중 한 명이 바로 최재붕 교수다. 빠르게 진화하는 AI의 흐름을 파악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그를 ‘구독’하는 일이다. 

그의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생각의 궤적을 쫓는 일종의 ‘최재붕 덕후’를 자처하는 이유다. 그는 AI 전환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현재를 ‘AI 사피엔스’ 시대로 규정했다. (2024년 동명의 저서 ‘AI 사피엔스’ 출간)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가진 학문적, 인문학적 깊이의 뿌리다. 재정학의 권위자이자 한국 최초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완역한 고 최임환 교수가 그의 아버지다. 최재붕 교수는 SNS에서 아버지를 이렇게 추억한 바 있다.

“아버지는 국부론을 번역하실 때 잉크가 자꾸 얼어서, 손으로 잉크병을 쥐고 따뜻하게 녹여가며 글을 썼다고 얘기하시곤 했다.”(2022년 3월22일 인스타그램)

손 온기로 잉크를 녹여가며 지식의 문을 열었던 아버지의 집념은 ‘인간’을 놓치지 않는 아들 최 교수의 인사이트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 스탠퍼드대의 ‘심볼릭 시스템’ 전공이 시사하는 것

기술 과잉의 시대, 그 흐름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휩싸인 경영자들에게 공학자인 최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는 차가운 기술 설명서에 그치지 않는다. 리더의 세계관을 종(種)의 관점에서 완전히 리셋해야 한다는 지극히 실전적 생존 전략이다.

이러한 생존 전략의 연장선에서 최 교수가 오랫동안 주목해 온 분야가 바로 미국 스탠퍼드대의 ‘심볼릭 시스템’(Symbolic Systems) 전공이다. 컴퓨터 과학, 언어학, 심리학, 철학을 융합한 이 전공은 인간의 마음과 기계의 정보 처리 방식을 기호(Symbol)로 연결하는 학문이다.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 테크와 인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리더들을 상당수 배출한 진원지다. 이는 분명 기술의 종착지가 결국 ‘인간’임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실상, 빅테크가 원하는 리더는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다.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인간의 마음과 욕망을 기술 구조에 이식할 줄 아는 기획자다. 

최재붕 교수에 따르면 AI라는 거대한 기술을 쥔 신인류, 즉 AI 사피엔스의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그 ‘동선’을 읽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교수는 “기술로 무장하되 그 지향점은 결국 사람”(2026년 4월8일 페이스북)이라고 강조한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성균관대 교수 최재붕, AI 오디세이아의 종착지는 '이타카(Ithaca)'
▲ 빅데이터 분석 및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Palantir).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사진)는 테크 기업 CEO로는 매우 이례적인 학력(사회학·철학 박사 출신) 이력을 가지고 있다. <팔란티어>
◆ 스펙을 넘어 현장으로, 팔란티어의 FDE 공감 경영

최 교수는 최신작 ‘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쌤앤파커스)에서 팔란티어(Palantir)를 단연 주목해야 할 AI 기업으로 꼽았다. 뛰어난 알고리즘을 넘어 ‘현장과 인간에 대한 실전적 공감’이 장점이라는 이유에서다. 

팔란티어는 일찍이 ‘전방 배치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 FDE)’ 제도를 핵심 경쟁력으로 구축했다. 

이들은 기술 이전에 고객과 깊은 공감으로 숨은 애로사항을 파악하며, 문제의 본질을 정의해 최적의 솔루션을 현장에서 즉각 구현한다. 기술보다 인간을 먼저 읽는 이들의 밀착 행보가 곧 팔란티어식 공감 경영의 실체다.

‘실력주의(Meritocracy) 펠로십’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도 팔란티어라는 평가다. 팔란티어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최재붕 교수는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의 말을 이렇게 전한다.

“명문대를 나왔든 아니든, 일단 팔란티어에 합류하면 당신의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 다른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팔란티어에서의 경험이 최고의 자격증이다.”(‘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 인용)

그런 팔란티어는 한국 대중과의 접점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기업의 로고가 찍힌 굿즈를 판매하며 팬덤을 부각시켰다. 최재붕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팬덤 경제는 공감 경제다. B2B는 비즈니스 영역일 뿐이고 모든 기업들은 이제 무엇을 팔든 세계인의 사랑과 팬덤 그리고 공감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도 빨리 세계관을 전환하길 바란다.” (2025년 12월 24일 페이스북)

이처럼 리더가 서둘러 배워야 할 것은 복잡한 AI 알고리즘이나 코딩 기술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대전제 자체를 △AI 사피엔스라는 신인류가 지배하는 시장으로 바꿔 설정하고 △그들이 어디에 열광하며 △어디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지 그 마음의 동선을 설계하는 일이다. 

스스로를 ‘비즈니스 모델 디자이너’라 부르는 최재붕 교수의 시선 역시 그곳으로 향한다. 

“권력은 이미 공급자에서 소비자의 손끝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기술 스펙을 배우려 애쓰지 말고, AI를 쓰는 신인류의 마음을 읽어내라.”

오늘날 챗GPT나 미드저니, 틱톡과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을 숨 쉬듯 사용하는 AI 사피엔스들은 거대 자본의 천편일률적인 마케팅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AI를 활용해 자신의 취향을 정밀하게 반영해 주는 브랜드에 반응하며, 스스로 커뮤니티를 이루어 소비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최재붕 교수는 “AI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은 소비자의 ‘구독’과 ‘좋아요’에 의존한다”며 팬덤 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성균관대 교수 최재붕, AI 오디세이아의 종착지는 '이타카(Ithaca)'
▲ 최재붕 교수는 스마트폰 기반의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넘어, 생성형 AI가 삶의 기본 도구가 되는 ‘AI 사피엔스’ 시대로의 진화를 강조한다. 그는 기술 자체보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팬덤과 공감 능력이 AI 시대 핵심 경쟁력이라고 주장한다. <최재붕 교수 페이스북>
◆ 기술의 최종 목적지는 인간이라는 ‘이타카’

필자는 최근 영화로 재탄생한 ‘오디세이아’를 AI 사피엔스와 연결해 본다. 돌이켜보면, 거친 파도 위를 헤매던 오디세우스처럼 모든 문명사적 대격변의 끝에서 리더는 언제나 고독한 항해사였다. 

오디세우스는 동굴 속의 외눈박이 거인과 괴물 세이렌의 유혹을 뚫고 마침내 고향 이타카(Ithaca)로 귀향했다. 항해 도중엔 전혀 다른 두 신을 만난다. 

영생과 편안함을 미끼로 그를 섬에 주저앉히려 했던 칼립소의 달콤한 유혹은, 과거의 성공 방식과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어 안주하려는 리더의 매너리즘과 닮았다.

반면, 마법으로 선원들을 돼지로 만들었던 키르케가 거대한 재앙을 앞두고 오디세우스에게 “끝까지 살아남아라”고 던진 경고는 오늘날의 리더에게 전하는 서늘한 경각심과도 같다. 

AI는 결코 항해의 목적지가 될 수 없다. 리더의 거친 항해를 돕는 나침반이자 강력한 도구일 뿐이다. 최재붕 교수가 찍어준 AI 오디세이아의 좌표 역시 단 하나를 가리킨다.

오디세우스가 고난 끝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갔듯, 최재붕 교수가 짚어낸 최종 도착지 역시 기술이 아닌 ‘사람(휴머니티)’이다.  이재우 경영어록서 ‘일언천금’ 저자
 
이재우는 일본 경제와 기업인들 스토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성팬으로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부캐로 산과 역사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글로벌 경영인들의 어록을 모은 '일언천금'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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