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잇따라 게임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K게임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게임 부문을 정리하고, 텐센트마저 자본 배분의 우선순위를 인공지능(AI)으로 옮기면서 중국 거대 자본의 전선이 게임에서 AI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 ▲ 현지시각으로 17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자회사 링시게임즈를 트러스타 캐피털에 매각하기로 했다. 사진은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 <연합뉴스> |
이와 같은 변화로 국내 게임사들이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현지시각 17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은 게임 사업부 '링시게임즈'를 아시아계 사모펀드 트러스타 캐피털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거래 규모는 최소 15억 달러(약 2조1200억 원)로 파악된다.
저우빙수 링시게임즈 대표는 직원들에게 매각을 두고 "알리바바 그룹이 전략적 우선순위에 더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역량을 모으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사업을 축소하는 움직임은 다른 중국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올해 3월 게임 자회사 문톤을 사우디 그룹에 약 60억 달러(약 9조400억 원)에 매각했다. 바이트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게임 사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생성형 AI에 집중 투자해왔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모으기 위해 문톤 매각을 결정했다.
텐센트 역시 올해 2분기 자본지출로만 527억8400만 위안(약 11조 원)을 쏟아부으며 AI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도 AI 인프라와 모델 개발에 자금을 우선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우선 순위를 AI에 두고 있다. 게임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AI에 투입해, 게임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전환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경쟁 심화로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AI라는 신사업이 떠오르자 투자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 카카오가 게임 자회사를 매각하고 본업에 집중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 ▲ 텐센트는 크래프톤, 넷마블, 시프트업 등 국내 주요 게임 상장사에 꾸준히 투자해 2~3대 주주로 자리잡았다. <연합뉴스> |
이러한 흐름이 주목받는 것은 텐센트를 필두로 한 중국 자본이 최근 10년 동안 국내 게임사의 성장에 주요 자금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텐센트는 크래프톤, 넷마블, 시프트업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게임사에 대규모로 투자해 2~3대 주주로 자리 잡아왔다.
2026년 상반기 기준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4.40%를 보유한 2대 주주이고, 넷마블 지분 18.38%, 시프트업 지분 34.60%를 들고 있다. 이 밖에도 웹젠 지분을 확보한 펀게임인터내셔널 등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에 중국계 자본이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텐센트의 한국 게임사 투자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카카오는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과 맺었던 카카오게임즈 지분 관련 동반매도청구권 계약을 해지했다.
동반매도청구권은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매각할 때 텐센트가 보유한 지분도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 수 있도록 보장한 권리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두고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에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돈을 넣고 장기적으로 함께 가려는 움직임이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직 중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단계는 아니다. AI 등 신사업 투자로 현금 부담이 커지자 게임 산업 전반에 걸치던 투자를 줄이는 대신 확실한 현금창출력을 갖춘 기업에 선별적으로 집중하는 흐름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중견 개발사와 스타트업까지 폭넓은 투자로 성장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수익성이 검증된 자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계 자본 네오펄스가 9200억 원에 위메이드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위메이드의 미르 지식재산(IP)은 중국 본토에서 오랜 기간 흥행성이 검증된 IP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도 컸지만 국내 벤처캐피털(VC)의 게임사 투자가 마른 동안 중국 자본이 산업을 지탱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투자를 축소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 중소·중견 개발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