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 등 그동안 시멘트회사에 투자한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까?
한앤컴퍼니는 시멘트산업 1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 투자금 회수전략을 짤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는데 실패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쌍용양회, 24일 주총서 사업목적 대폭 변화
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가 2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을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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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겸 쌍용양회 공동대표이사. |
쌍용양회는 광산업과 시멘트원료 채굴 및 제조업, 골재채취·토석채취업과 해상운송업, 선박관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로 했다. 자회사인 쌍용자원개발과 쌍용해운을 4월25일자로 흡수합병하면서 신규 사업목적이 추가되는 것이다.
쌍용양회가 쌍용자원개발과 쌍용해운을 흡수합병하면 시멘트산업의 원재료공급과 제품생산, 제품운송의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해 사업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금속 광물제품과 생체용 정밀요업제품의 제조·판매업, 자동차부품의 제조 및 판매업, 석유제품·대체에너지·신재생에너지 관련업 등은 사업목적에서 삭제한다.
지난해 말에 자회사인 쌍용머티리얼을 OCI그룹 계열사인 시멘트기업 유니온에게 매각했고 석유유통사업을 하던 쌍용에너텍을 물적분할한 데 따라 사업목적이 삭제되는 것이다.
사업목적의 변화를 자세히 보면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시멘트사업에 주력하는 사업구조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쌍용양회는 한앤컴퍼니에 인수되기 전만 하더라도 시멘트뿐 아니라 에너지와 해운, 세라믹,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비주력사업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쌍용머티리얼을 유니온에 801억 원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1월에 물적분할한 쌍용에너텍도 곧 매각절차를 밟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쌍용양회는 지난해 기말배당으로 자회사 쌍용정보통신의 지분 전량(64.35%, 2604만 주)를 현물배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쌍용정보통신의 최대주주가 한앤코시멘트홀딩스로 바뀌게 되면 한앤컴퍼니가 쌍용정보통신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 한앤컴퍼니, 시멘트회사 투자금 회수전략은?
한앤컴퍼니가 사업재편을 서두르는 것은 그동안 시멘트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한앤컴퍼니는 2012년에 대한시멘트를 인수한데 이어 유진기업의 광양시멘트공장(현 한남시멘트)과 포스화인(현 대한슬래그) 등을 손에 넣으며 시멘트업계의 큰손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말에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양회까지 인수하며 시멘트산업의 주도권을 쥐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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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
한앤컴퍼니가 여태껏 시멘트산업에 쏟아부은 자금만 1조6천억 원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멘트업계는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중심으로 시멘트사업의 덩치를 키운 뒤 해외기업에 비싼 값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투자금 회수전략을 짤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 시멘트기업인 라파즈그룹은 “지역별 1위 사업이 아니면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데 한앤컴퍼니가 시멘트업계의 선두자리를 확고히 할 경우 라파즈그룹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의 비주력사업을 매각한 것도 라파즈그룹이 시멘트사업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한앤컴퍼니가 현대시멘트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이 전략을 실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졌다. 쌍용양회에 이은 업계 2위였던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시멘트업계가 사실상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의 양강체제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의 재편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앤컴퍼니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다른 방안들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한앤코시멘트홀딩스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시멘트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올해 안에 대한시멘트의 기업공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일부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