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리 기자 nmile@businesspost.co.kr2026-08-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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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저출생·고령화로 내수 금융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국내 주요 은행의 외국인 고객 잡기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환전·송금 중심의 서비스를 넘어 대출과 자산관리, 생활 정착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외국인 고객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 국내 주요 은행의 외국인 고객이 7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외국인 금융시장이 은행권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나며 이들의 금융거래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별 외국인 고객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688만2187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563만7571명과 비교해 약 4년6개월 만에 22.1%(124만4616명) 늘었다.
외국인 고객이 맡긴 자금은 고객 수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외국인 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16조5278억 원에서 25조2657억 원으로 52.9% 증가했다. 고객 수 증가율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외국인 고객 1인당 평균 예금 잔액도 약 293만 원에서 367만 원으로 25%가량 높아졌다.
취업과 유학, 결혼 등을 목적으로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금융 수요도 환전과 해외송금을 넘어 적금·카드·대출·자산관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신규 고객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은행권에서 외국인 고객이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내 체류기간이 늘고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고객이 주요 고객층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 등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경우 장기간 금융거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향후 주거래 고객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큰 고객군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금융시장에서는 하나은행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은행의 외국인 고객은 6월 말 기준 257만751명으로 5대 은행 전체의 37.4%를 차지했다. 우리은행이 150만4301명으로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 110만3340명, 신한은행 97만3141명, NH농협은행 73만1654명 순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예금에서도 하나은행은 8조3370억 원으로 전체의 약 33%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점포 경쟁에서도 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일요영업점 17곳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8곳, 우리은행은 4곳, 신한은행은 3곳을 두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일요영업점은 아니지만 외국인 특화 점포 3곳을 운영 중이다.
일요영업점은 평일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등이 주말에도 계좌 개설과 송금, 카드 발급 등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포를 말한다.
하나은행이 외국인 금융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들도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랫폼 경쟁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의 '쏠글로벌', 하나은행의 '하나EZ', 우리은행의 '우리WON글로벌' 등이 외국인 전용 플랫폼으로 각각 16개의 언어를 지원한다. 일반 모바일뱅킹 앱과 별도로 운영되며 해외송금과 환전, 계좌 조회 등 외국인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출 시장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대 5천만 원 한도의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 ‘SOL글로벌론’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대 3천만 원의 ‘NH K-외국인 신용대출’, 하나은행은 최대 1천만 원 ‘하나 외국인EZ론’을 판매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 웰컴플러스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외국인 고객의 주거 금융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5대 은행은 이와 함께 각자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 전략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 고객 패널인 ‘KB 글로벌 스타 서포터즈’를 운영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의 실제 금융상품·서비스 이용 경험을 상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의 국내 정착과 자산관리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를 확대했다. 몽골 무역개발은행(TDB), KT와 협력해 한국 입국을 앞둔 몽골 근로자와 유학생에게 금융·통신 서비스를 연계한 정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외국인 전담 자산관리 채널인 ‘제주글로벌PB영업점’을 선보이는 등 외국인 고객의 자산 형성과 투자 수요에도 대응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외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경상남도·BNK경남은행과 함께 외국인 유학생 대상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학의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유학생에게는 외국인등록증 없이 여권만으로 통장과 카드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또 재한베트남유학생총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유학생 대상 금융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 확보 경쟁이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기술 활용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외국인 고객을 위한 오프라인 영업점은 중요한 접점”이라며 “다만 전국 모든 영업점에 외국어 인력을 배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외국인 고객이 많은 지역에는 특화 점포를 운영하고 그 외 지역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번역 서비스와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은행들은 환전·송금 중심의 서비스를 넘어 대출과 자산관리, 생활 정착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외국인 고객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다만 빠르게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과 금융 수요에 비해 전용 금융상품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5대 은행이 판매하는 외국인 전용 금융상품은 모두 20개 수준으로 입출금통장과 적금 등 기초 금융상품에 집중돼 있다. 외국인 고객 규모가 700만 명에 육박하고 예금 잔액이 25조 원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금융과 투자·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에서 외국인 고객 유치와 서비스 확대를 놓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외국인 고객이 해외송금을 넘어 저축과 대출, 자산 형성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