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최근 캐피탈사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사업영역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내부 결속과 조직 실행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윤 대표는 노사갈등을 조기에 봉합해야 하는 부담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21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경기 성남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 앞에서 사내 피켓시위를 진행한 뒤 카카오뱅크 노조의 전면파업 결정을 밝혔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카카오지회 소속으로 카카오 노조에 따르면 이날 피켓시위에는 카카오뱅크 노조 조합원 등 3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사측이 임금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이에 카카오뱅크는 단독으로 31일 전면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2017년 출범한 뒤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6월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그룹 계열사가 참여한 오전 부분파업이나 '로그아웃 데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로그아웃 데이는 조합원들이 단체로 연차나 휴무 등을 사용해 업무에서 이탈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다.
당시 카카오뱅크 노조는 회사와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업의 특성상 파업의 파장이 더욱 클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등 상황이 달라지면서 노조도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그동안 자체 임단협을 이유로 공동행동에 선을 그었던 카카오뱅크 노조까지 파업 대열에 합류하면서 카카오 그룹 차원의 노사 긴장감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와 주요 계열사에서도 성과보상을 둘러싼 노사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카카오뱅크의 첫 전면파업이 그룹 전체 노사 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표로서는 카카오뱅크 노조와 성과급 갈등을 조기에 진화해야 하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내부 경영상황도 만만찮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마스턴캐피탈 인수를 결정하면서 은행을 넘어 비은행 여신업으로 진출을 본격화했다. 인수와 통합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리스와 할부금융 등 완전히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성과를 내려면 조직 내부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글로벌시장 진출과 파트너십 확대도 본격화하고 있는 단계다.
특히 현재 진행하고 있는 태국 가상은행 ‘뱅크X’는 지분투자로 진출한 인도네시아의 슈퍼뱅크와 달리 현지 금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가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사업이다. 태국 뱅크X는 2027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에 더해 몽골 최대 기업집단 MCS그룹과 디지털은행을 비롯한 금융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026년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의 미래 성장전략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 대표는 인수합병과 글로벌 진출을 통한 적극적 사업 확장으로 2027년까지 카카오뱅크를 자산 100조 원 규모의 종합금융플랫폼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캐피탈사 인수와 태국, 몽골 등 해외시장 확장으로 새로운 성장전략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노사갈등이 첫 전면파업으로 번지면서 윤 대표의 조직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카카오뱅크 노사는 올해 1월부터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성과급 산정 방식 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사는 2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도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고 노동위는 결국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노동위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법적요건을 갖춰지자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31일 전면파업을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사측은 성과급으로 현금과 자사주 등을 포함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등 다른 카카오그룹 계열사 노조도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시중은행권 수준의 임금·복지체계 마련과 경영진을 중심으로 설계된 성과보상 구조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뒤 해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직원들에게 이에 맞는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비스 안정과 업무 연속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