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7-21 15: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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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가 온라인 패션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왼쪽)과 최혜원 대표가 6월12일 이재명 대통령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한 모습. <패션그룹형지>
[비즈니스포스트]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가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온라인 전용 남성복 브랜드 ‘볼디니’에 집중하며 적자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조달하는 금액이 당초 계획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차입금 일부를 갚으려는 상환 계획은 제외됐다. 그만큼 볼디니를 매출 확대를 넘어 수익을 내는 브랜드로 키워야 하는 최 대표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형지I&C 상황을 종합하면 온라인 전용 브랜드 육성을 통해 온라인 사업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형지I&C는 최근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44억2680만 원을 조달했다.
형지I&C는 애초 신주 280만 주를 주당 4670원에 발행해 130억7600만 원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80억 원은 운영자금, 50억7600만 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1차 발행가액이 2030원으로 낮아졌고 최종 발행가액은 1581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실제 조달액은 당초 목표의 약 34%로 축소됐다.
형지I&C는 조달금액이 줄자 채무상환 계획을 제외하고 발행비용을 뺀 자금을 온라인 전용 신규 브랜드 ‘볼디니’ 출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재무구조 개선보다 볼디니의 성장 가능성에 우선순위를 둔 셈이다.
볼디니는 가격 대비 품질과 옷맵시를 중시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 남성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 셔츠를 시작으로 외투와 상의, 하의 등으로 상품군을 넓힐 것으로 알려졌다.
형지I&C는 볼디니의 출시 첫 해 매출 목표를 25억 원으로 잡았다. 3년 안에는 연매출 100억 원 규모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연매출 100억 원은 형지I&C가 2025년 거둔 매출의 약 20%에 해당한다. 볼디니가 목표대로 성장한다면 기존 온라인 매출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회사 전체 외형과 사업구조를 바꾸는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최 대표도 볼디니 출시를 앞두고 온라인 사업의 조직과 운영 방식을 손질하고 있다.
형지I&C는 올해 기존 이커머스팀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인 ‘VC사업부’로 확대 개편했다. 온라인 고객과 판매 데이터를 상품기획과 생산, 마케팅에 빠르게 반영하기 위한 조직이다.
여기에 온라인 전용 상품을 별도로 기획하고 콘텐츠와 라이브커머스, 인플루언서 협업 등을 통해 젊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싣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던 상품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 채널에 맞춘 브랜드와 상품 운영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형지I&C가 이렇게 온라인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으로는 기존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 성과가 꼽힌다.
형지I&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남성복 브랜드 본과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의 온라인 매출은 각각 73%, 182% 늘었다.
▲ 형지I&C가 패션 브랜드의 온라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형지I&C가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왼쪽)와 남성 캐주얼 브랜드 '본'. < 형지I&C >
다만 높은 매출 증가율이 형지I&C 전체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미지수다. 브랜드별 온라인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 기여도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형지I&C는 2024년부터 적자 구조를 이어오고 있다.
형지I&C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024년 50억1851만 원, 2025년 70억4493만 원, 2026년 1분기 12억7987만 원에 이른다. 온라인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회사의 적자 구조를 바꿀 만큼 이익에 기여하지는 못한 상태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라고 해서 수익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볼디니는 인지도가 낮은 신규 브랜드인 만큼 출시 초기 퍼포먼스 광고와 인플루언서 협업, 콘텐츠 제작 등에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외부 온라인몰을 활용하면 판매수수료와 광고비, 배송·반품비용도 발생한다.
형지I&C가 볼디니 매출을 고객 유입을 위해 할인과 쿠폰을 확대하면 매출은 빠르게 늘 수 있지만 정상가 판매 비중과 상품 마진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볼디니가 외형 확대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함께 입증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서 이익도 확보하려면 신규 고객 유입과 함께 재구매율과 정상가 판매율, 재고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형지I&C가 기존 디자인과 생산, 물류 기반을 볼디니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판매되지 않은 상품이 재고로 쌓이거나 광고비가 매출보다 빠르게 늘면 온라인 매출이 성장하더라도 적자 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최 대표가 온라인 사업 확대를 위해 주주 자금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형지I&C는 2022년에도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80억 원을 조달했고 일부 운영자금을 자체 온라인몰 ‘매그넘몰’ 개발 등에 투입했다.
다만 반복된 증자는 기존 주주의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에 발행되는 신주 280만 주는 증자 전 발행주식 429만6262주의 65.2%에 해당한다. 전체 주식 수가 크게 늘면서 증자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 비중이 낮은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과 특수관계인도 이번 유상증자에 보유 지분만큼 참여하지 않으면서 합산 지분율이 19.03%에서 12.20%로 낮아지게 된다. 최 대표로서는 볼디니의 성과를 통해 온라인 투자 효과뿐 아니라 반복된 자금조달과 주식가치 희석에 관한 시장의 우려에도 답해야 하는 셈이다.
형지I&C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 볼디니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상품 경쟁력과 운영 체계를 충분히 점검하고 있다”며 “단기적 일정에 맞추기보다 브랜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