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실적에도 주가 끌어내리는 'AI 버블론', 알파벳 메타 아마존 실적이 판 가른다
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6-07-20 16: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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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알파벳 메타 아마존의 실적 발표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7월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1만 포인트를 향하던 코스피가 한 달여 만에 6500선까지 밀렸다.
이번 하락 초반까지만 해도 시장 안팎에서는 단기적 차익매물 실현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지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인공지능(AI) 버블이 본격적으로 꺼지는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호실적 전망 속에서도 주가가 가파르게 밀리며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증권가는 미국 주요 AI 상장사의 투자 지속 가능 여부가 핵심이라고 짚으며 이번 주 알파벳, 메타, 아마존으로 시작하는 빅테크 실적 발표가 AI버블론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4.46%(304.33포인트) 내린 6516.27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올해 4월30일 6598.87로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4월 수준까지 되돌아간 셈이다.
코스피는 5월6일 7천, 5월26일 8천, 6월18일 9천 선을 잇따라 돌파하며 약 두 달간 가파르게 올랐는데, 최근 조정으로 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 20일 코스피가 6516.27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정규거래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증권가는 이번 하락장이 AI 투자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 증시는 변동성 확대와 함께 지수 레벨이 되돌려졌고, 미국 증시도 5월 이후 횡보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수급, 지정학, 인플레이션 등 복합 변수들이 증시를 흔들고 있으나, 결국 핵심은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가능성 여부"라고 짚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조정의 원인은 결국 AI 자본지출에 대한 의구심과 메모리 이익의 성격 논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메모리 상장사의 호실적 발표와 별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주가는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의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84조7576억 원)를 웃돌았지만, 발표 당일 장중 주가는 오히려 6% 넘게 급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종가(24만4천 원) 기준 한 달 전인 6월19일보다 31.07% 내렸다.
29일 실적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 원을 넘어서는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데도, 주가는 같은 기간 36.18% 하락했다.
미국 대표 반도체주 마이크론 역시 지난달 24일(현지시각) 3분기 영업이익률 81.2%로 깜짝 실적을 냈지만, 메모리 피크아웃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에 발표 이후 주가가 30.04% 빠졌다.
이에 빅테크의 AI 투자 경쟁 속에서 큰 수혜를 입었던 메모리주들도 빅테크의 투자 지속성이 불확실해질 경우 주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산해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이후 메모리업종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 규모, AI 버블론과 무관한 랠리를 펼쳤다"며 "그러나 이제는 설비투자가 메모리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늘어나는 국면으로 바뀌면서, 메모리업종의 이익 역시 AI 투자의 정당화와 버블론 해소에 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메모리주가 누렸던 '부담 없는 상승'의 명분이 사라지고, 다른 AI 관련주와 똑같이 버블 논쟁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7월 빅테크 실적발표에서 공개되는 콘퍼런스콜이 AI버블 여부를 가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현지시각으로 22일 알파벳(구글)을 시작으로 29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메타, 30일(현지시각) 아마존·애플의 실적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적발표가 중요하다'는 말은 뻔하지만, 지금은 그 뻔한 말의 중요성이 커진 국면"이라며 "잠정실적보다도 설비투자 규모·투자 지속성·고객 수요 등 최근 시장의 우려가 직접 질문될 컨퍼런스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22일 구글(알파벳)을 시작으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진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사옥. <연합뉴스>
이 가운데 증권가가 특히 주목하는 세 곳은 알파벳·메타·아마존이다.
클라우드(아마존)·소셜미디어(메타)·검색(알파벳) 등 서로 다른 업종에서 AI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빅테크인 만큼 이들의 설비투자 방향이 AI 버블론의 향방을 가늠할 잣대로 꼽힌다.
씨티그룹은 16일(현지시각) 알파벳·메타·아마존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2027~2028년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파벳(21%)·메타(22%)·아마존(12%) 등 세 회사의 2027년 설비투자 전망치를 모두 상향한 데 따른 것이다.
김성환 연구원은 "단순한 어닝 서프라이즈보다 AI 투자 지속성, 설비투자 계획, 가이던스가 주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