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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집중투표제 '주주가치' 확대로 이어질까, 연금사회주의 우려도 팽팽

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 2026-07-20 16: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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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집중투표제 '주주가치' 확대로 이어질까, 연금사회주의 우려도 팽팽
▲ 조배숙 국민의힘 국회의원(왼쪽 세 번째)이20일 오후2시 국회 8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위헌 및 위법성'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9월 집중투표제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놓고 긍정적 기대감과 부정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주주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과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맞서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쪽은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이 많은 만큼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면 지배주주의 이사회 독점을 견제하고 소액주주 권익을 높여 국내 증시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경영 방향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집중투표제 시행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지배주주를 견제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장치로 작동할지,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통로가 될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한꺼번에 선임할 때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는 9월10일 이후 처음 소집되는 이사 선임 주주총회부터 집중투표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부터 일반주주 권익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 기금 수익성 증대를 위하는 개정 상법의 취지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국민연금은 그동안 주주총회 안건에 찬반 의견을 내거나 기업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왔다.

여기에 집중투표제가 더해진다면 기업 외부에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사회 구성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한다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도 반도체업황 개선과 함께 상법 개정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주가 재평가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평가됐다.

상법 개정이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가능성을 낮추고 국내 증시에 반영된 지배구조 위험을 줄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집중투표제 역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국민연금의 영향력 확대가 ‘연금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민연금이 특정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주도하면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위헌 및 위법성 검토 세미나'에서도 국민연금의 과도한 주주권 행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 의원은 헌법 제126조를 들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명분 삼아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참여하고 시장 활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주주권 행사의 근거인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이 상위 법률 규정이 아닌 내부 지침에 불과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는 구조에서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환열 한국금융시장연구원 대표는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에서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면 2대 주주로서 대기업의 이사회 구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 206곳에서 지배주주 측 경영권 지분이 일반적으로 20~30% 수준인 만큼 1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3명을 뽑는다면 이재용 회장 측이 2명을 선정하고 나머지 1명은 국민연금이 선정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3년 뒤에는 이재용 회장 측 이사 6명과 국민연금 측 이사 3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태우 선진변호사협회 대표도 “국민연금이 사실상 국가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이사 선임 영역에서는 강한 자기제한 규칙이 필요하다”며 “이에 관련된 사안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참여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실적 부담 등으로 이어져 증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주주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주제안을 제출하거나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등 기업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소액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모아 당선 가능성을 높이거나 기관투자자와 연대해 지지를 확보하려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지지하는 후보와 의결권 행사 방향이 공개되면 이를 중심으로 다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가 결집하면서 국민연금이 실제 보유 지분율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소액주주의 이사회 참여와 일반주주 권익을 높이는 변화로 볼 수 있지만, 단기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주주 연대가 과도하게 확산하면 기업의 안정적 경영과 장기 투자계획을 어렵게 할 수 있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 집중투표제 '주주가치' 확대로 이어질까, 연금사회주의 우려도 팽팽
▲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권한 일부를 민간 위탁운용사에 나눠 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권한 일부를 민간 위탁운용사에 나눠 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위탁운용사가 같은 기업에 함께 투자했더라도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지분은 기금운용본부가, 위탁운용 지분은 해당 운용사가 각각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에 집중된 의결권을 분산하고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 우려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재는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한 기업이라면 위탁운용사가 국민연금 자금으로 별도로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까지 기금운용본부가 함께 행사하고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하지 않은 기업의 의결권은 위탁운용사가 행사하고 있다.

2025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대상 기업 599곳 가운데 342곳에서는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했고 257곳에서는 위탁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가 확대되면 기금운용본부에 집중됐던 권한이 민간 운용사로 분산되고 위탁운용사의 자율성과 책임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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