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친환경·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조직개편까지 진행하면서 지역난방공사의 ‘녹색전환(GX)’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 사장은 열요금 동결에 따른 미수금 확대 부담을 안고 있는 지역난방공사의 녹색전환을 이끌면서 환경전문가로 쌓아온 역량을 본격적으로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친환경·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조직개편까지 진행해 앞으로 환경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역난방공사> |
12일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하 사장은 주택과 산업현장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탈탄소 기술 확보에 기관의 역량을 쏟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주택 열에너지 탈탄소화를 목표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기관은 연소 과정 없이 지하수나 데이터센터 폐열 등 주변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히트펌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열공급 방식을 검토하고 실증하기로 했다. 히트펌프는 열을 옮기는 장치를 말한다.
이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해 히트펌프를 통해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P2H(Power to Heat)’ 기술을 통해 탄소 저감에 힘쓴다.
P2H는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전력계통에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지역난방공사는 경기 화성시에서 20MW(메가와트)급 전극보일러를 운영하며 99.61%의 에너지 전환 효율을 달성했다.
탈탄소 관련 기술 확보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열에너지 공급 구조를 바꾸는 데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국내 열 공급량의 약 96.4%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의 화석연료 감축 기조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지역난방 시장에서 50.3%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지역난방공사로서는 정부 탈탄소 정책에 발맟추기 위해서는 녹색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2025년 말 기준 지역난방공사의 열 생산량 1만5112Gcal(기가칼로리) 가운데 청정열 비중은 24.3%에 그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량도 75.9MW로 전체 설비 2972MW의 2.6%에 불과하다.
지역난방공사는 2026년 친환경·신사업에 129억 원을 투자하고 2029년까지 모두 1748억 원을 투입하는 등 관련 투자금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생에너지와 도심 내 버려지는 열을 활용한 냉·난방 모델을 수립하고 사업화 기회도 모색한다.
하 사장은 지역난방공사의 녹색전환 사업 실행력을 높일 목적에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사업본부를 녹색전환본부로 바꿨으며 본부 산하 사업개발처는 에너지전환사업처로 변경했다. 에너지전환사업처 아래에는 사업개발부, 미활용열사업부, 재생에너지사업부, 시스템개선부를 둬 분야별 전담 체계를 갖췄다.
하 사장은 지역난방공사 최초 환경운동가 출신 기관장이다. 지역난방공사에 열·전기 공급 역량은 이미 갖춰진 만큼 기관 내부에 부족했던 환경 분야 시각을 채워줄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하 사장은 사장 취임 전까지 성남지역에서 시민·환경 운동을 이어왔다. 성남환경운동연합 창립대표와 성남문화연대 대표, 판교생태학습원장 등을 지내며 지역 환경과 시민 참여 활동을 이끌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정부의 탈탄소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 설비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 친환경 중심 전략은 정부 정책에 기여하는 동시에 지역난방공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여지도 많다. 사진은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친환경 중심 전략은 정부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는 동시에 지역난방공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여지도 많다.
정부는 지난 6월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팹 4기와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서남권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난방공사가 이미 삼성전자와 협력해 용인 기흥캠퍼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열을 회수해 지역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저탄소 에너지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 반도체 단지에서도 사업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역난방공사가 재정적으로 연료비 미수금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은 녹색 전환에 속도를 낼 하 사장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수금이란 정부정책에 따라 열요금을 연료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을 때 발생하는 손실을 회계상 처리하지 않고 미래에 받을 금액(자산)으로 장부에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건 아니어서 현금흐름으로 보면 재무상 부담 요인이 된다.
아직까지 지역난방공사에는 LNG(액화천연가스) 설비 비중이 큰 탓에 연료비 변동성에 노출돼 있어 앞으로 미수금이 커질 수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하 사장에게 미수금 문제는 당장의 재무적 부담을 넘어 지역난방공사의 재무 체질 개선을 위해 풀어야 할 주요 중장기 재무 과제인 셈이다.
지역난방공사는 2005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이어진 저유가 흐름과 LNG 가격 하락 영향으로 미수금 531억 원가량을 회수했다. 미수금 규모는 직전 분기 6108억 원에서 약 8.69% 줄었다.
그러나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급등한 연료비가 7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미수금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7월에도 열요금을 동결한 점도 지역난방공사의 미수금 증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난방공사는 LNG 수급 최적화, 저가 열원 확보, 현물 시장 구매 최소화 등을 통해 연료비 경쟁력의 확보를 추진해 왔다.
2025년에는 연료비를 375억 원을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375억 원은 지역난방공사의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 5296억 원의 7.08%에 이르는 수치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과도한 투자 부담을 피하면서도 탈탄소 전환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미활용열 활용 등 저탄소 열 공급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LNG를 중심으로 한 원가 절감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