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로 삼성그룹의 고위임원들이 대거 퇴사한 데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복귀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3일 “삼성그룹이 대규모 조직쇄신을 실행하며 그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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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 미래전략실은 비공식조직으로 그룹의 조직개편과 전략수립, 인사와 대관업무 등을 담당하며 불투명한 경영구조로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검수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미래전략실 고위임원들이 대거 기소되자 미래전략실은 2월28일 공식적으로 해체를 결정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미래전략실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에도 해체됐지만 2년 만에 부활했다”며 “이번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미래전략실이 담당하던 여러 기능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로 분산될 뿐 삼성그룹의 지주사전환이 완성될 때까지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통해 삼성그룹에서 영향력을 지켜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시진 싱가포르국립대 경영정책학과 교수는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는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조직쇄신”이라며 “이 부회장의 지배력에 그늘을 드리우던 고위임원들이 대거 퇴사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에부터 신임을 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갖췄던 핵심임원들의 공백으로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유지할 기반이 마련되며 경영복귀도 앞당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며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은 삼성그룹을 떠났다. 삼성그룹을 대표할 주요 경영인의 부재로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가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제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며 “이 부회장이 복귀할 때까지 그의 ‘왕좌’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삼성전자의 냉장고 리콜사태 등으로 위기가 닥치자 ‘마하경영’을 강조하며 구원투수로 등장해 2010년 경영에 복귀했다.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체할 인물이 삼성그룹에 뚜렷하지 않은 만큼 5월 진행될 1심 판결에서 무혐의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경우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는 “벌써 한국에서는 경제회복을 위해 이 부회장을 구해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