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아시아 원유 판매가격이 최근 들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회사 가운데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데 적자탈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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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이사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아시아에 판매하는 원유인 아랍 라이트와 아랍 미디엄의 10월 판매분에 적용되는 평균단가격차(OSP differentals)를 각각 배럴당 -0.05달러, -1.85달러로 지난 4일 낮췄다.
평균단가격차가 중요한 이유는 아시아에 판매되는 아람코의 원유가격이 두바이 유가에서 평균단가격차를 더한 값이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시장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고 평균단가격차가 배럴당 -1달러면 원유 판매가격은 99달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원유 프리미엄 가격이라고도 한다. 국제 거래가격인 두바이유 가격에 1~4달러의 프리미엄을 더한 것이 원유 도입가격으로 사실상 구매가격이다.
이번 평균단가격차는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소식을 가장 환영하고 있는 곳이 바로 국내 정유회사들이다. 아랍 라이트는 201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평균단가격차가 마이너스로 바뀌었고 아랍 미디엄도 가장 낮다. 아랍 라이트와 아랍 미디엄은 원유를 말한다.
특히 에쓰오일은 적자에서 탈출할 기회를 잡게 됐다. 에쓰오일은 국내 4개 정유회사 가운데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100% 수입한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아람코 수입량이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에쓰오일은 원유가격 하락 덕분에 정제마진의 폭이 커져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과 원료인 원유의 가격 차이를 뜻한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분기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지만 현 수준의 평균단가격차가 유지된다면 하락폭을 모두 상쇄하기에 충분하다”며 “평균단가격차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에쓰오일의 연간 영업이익은 2190억 원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에쓰오일의 실적은 계속 부진한 상태였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했으나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에쓰오일은 2분기 549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매출도 지난해 2013년 3분기 8조1256억 원을 낸 뒤 계속 하락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정유부문의 정제마진 감소 때문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정유부문에서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정유부문에서 2분기 153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에서 각각 260억 원과 72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원유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중국 등의 수요감소로 판매가격도 떨어져 정제마진 폭이 줄었던 것이다.
에쓰오일은 이런 실적 부진 탓에 2분기 들어 사업부서를 통폐합하고 임원을 재배치하기도 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에쓰오일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아람코의 평균단가격차가 낮아지거나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람코의 9월과 10월 판매분 평균단가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럴당 2.24달러 정도 낮았다.
아람코는 최근 2대주주였던 한진그룹의 지분을 확보해 에쓰오일의 지분 63.4%를 보유하게 됐다. 아람코는 한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지분 28.4%을 인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