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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시민들이 실내를 구경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롯데월드의 베일이 벗겨졌다.
사전 임시개방의 흥행은 성공했으나 평가는 엇갈린다.
제2롯데월드는 6일부터 16일까지 9일 동안(8일 제외) 프리 오픈(사전 개방)이 진행됐는데 시민들의 참가 열기가 뜨거웠다.
시민 수백여 명이 관람했으며 관람신청도 쇄도하고 있다. 주변 일대는 행사시간을 전후해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최대 관심사인 안전은 여전히 물음표다. ‘둘러보기’식 관람만으로 안전을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 평가단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결과가 주목된다.
◆프리오픈에 시민참여 폭주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사전개방행사를 6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3일 임시사용 승인 최종결정에 시민의견을 반영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은 6일 오전 10시 첫 투어를 시작으로 10일까지 하루 한두 차례씩 약 1시간30분 가량 시민들에게 제2롯데월드 내부관람을 실시했다. 대상은 저층부 상업시설로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마트, 수족관 등이 들어설 11~12층 높이의 3개 동이다.
롯데그룹이 마련한 개방 행사의 첫 프로그램은 제2롯데월드의 건설과정을 담은 홍보 동영상 시청이었다. 바람과 지진에도 끄떡없고 싱크홀 발생 가능성도 없다는 등의 주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었다.
시민들은 동영상 관람 후 롯데 임직원 30여 명과 함께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동 등 저층부 3개동을 정해진 동선을 따라 관람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정해진 포토존에서만 가능했다.
롯데그룹은 시민들이 샤넬, 에르메스, 까르티에 등이 입점할 명품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매장 인테리어는 모두 끝났으나 상품은 아직 진열되지 않은 상태였다. 투어는 쇼핑몰, 시네마, 수족관, 종합 방재실 등을 차례로 관람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관람 동선을 따라 롯데 계열사 제품을 구비해 놓고 과자, 음료수, 생수 등을 시민들에게 무료 제공했다.
제2롯데월드의 사전개방행사에 추석 당일인 8일을 제외하고 6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모두 4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애초 하루 한 차례였던 투어도 시민들의 방문신청이 폭주하면서 10일부터 두 차례로 늘었다.
◆홍보만 있고 속 시원한 답변은 빠져
투어를 마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시민은 “겉만 둘러봐서 안전이나 교통대책 등을 제대로 알 수 있겠냐”며 “견학 온 느낌이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시민은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 것 같았다”면서 “안전문제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은 없고 롯데의 안전하다는 주장만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교통대책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송파구에 사는 한 시민은 “정식 개장 후에도 예약된 차가 아니면 주차를 할 수 없고 예약을 해도 3시간으로 주차가 제한된다고 롯데 관계자가 설명했다”며 “사전개방행사만으로도 교통체증이 심해졌는데 과연 현실성이 있는 대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진행중인 제2롯데월드 사전개방행사는 시민평가라는 애초의 취지와 달리 홍보투어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홍보에만 주력한 것도 이런 지적을 낳았다. 현장책임자들과 질의응답이나 토론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롯데의 일방적 설명이나 주장만을 듣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 시민은 “석촌호수 수위와 싱크홀 문제 등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 했다.
또 다른 시민은 “123층까지 소방차가 올라가기 어려운데 고층에 화재가 나면 어떡하냐고 물었더니 각층에 안전요원이 있어 화재에 즉시 대응할 수 있다는 피상적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임시개장 허용할까
프리오픈에 서울시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롯데 주도로 진행되다보니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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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러다 보니 서울시가 임시사용 승인에 대해 책임지지 않기 위해 ‘명분쌓기용’으로 최종 결정을 시민에 떠넘겼다는 비난도 나온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책임지지 않으려고 전문성과 법적 책임이 없는 시민들에게 최종결정을 맡겼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최종의견 수렴절차 역시 형식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물시설과 공사안전, 교통 등 준비, 방재시설이나 소방훈련 상태를 묻는 간단한 설문지 작성은 ‘미흡’부터 ‘양호’까지 10점을 척도로 구성돼 있다. 보완이나 문제점 제시 등 주관식 질문은 빠져 있다.
프리오픈에 대해 논란이 잇따르자 롯데그룹은 “홍보효과를 노린 것은 아니다”라며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전문가와 언론인 대상으로 투어를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시민과 전문가 등의 여론을 수렴한 뒤 최종 승인을 결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임시개방이 실제 임시개장으로 이어질 지 일정이 모두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