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나주 시대’가 오는 11월 열린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에너지밸리’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방화에 따른 인재난이 예상돼 고민도 깊다.
17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11월 나주로 본사를 이전함에 따라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일본의 도요타밸리를 벤치마킹해 에너지밸리를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나주에 에너지밸리를 만들어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노리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1월 이전이 완료되면 모두 3,343명이 나주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조 사장은 이번 지방이전이 단순한 정책 차원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전력뿐 아니라 전력거래소와 한전KPS, 한전KDN 등 4개 기관이 동시에 옮기게 됨에 따라 통합된 IT 관리체계를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한전은 이미 전국에 흩어져 있던 243개 전산센터를 통합해 나주 혁신도시 부지 내에 ‘통합 IT센터’를 건설 중이다. 이 센터는 올 8월 완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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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사장이 한전 장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나주 시대 개막과 함께 인재난을 겪을까 염려하고 있다. |
하지만 본사 지방이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핵심은 인재난이다. 지방으로 이전이 확정된 다른 공기업들은 이미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지거나 경력직원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함에 따라 본사 근무보다는 지사 근무를 더 선호하는 ‘웃지못할’ 현상도 생기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는 현재 서울 테헤란로 한국기술센터 건물에 있다. KEIT는 지난해 12월 올해 상반기 공채를 진행했는데 1차 서류 전형의 경쟁률이 92대1을 기록했다. 2013년 상반기 공채 경쟁률인 95대1에 비해 떨어졌다. 광물자원공사에도 KEIT와 같은 경쟁률 하락현상이 일어났다. 올해 상반기 공채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56대1에서 46대1로 떨어졌다.
KEIT와 같은 건물에 있는 한국표준협회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경쟁률은 반대로 크게 올랐다. 표준협회는 16명 채용에 5,000명 이상이 몰렸다. 지난해 비슷한 규모로 채용이 이뤄졌을 땐 4,000여명이 지원했었다. KIAT의 경쟁률도 더 치열해져 지난해 100대1 수준이던 경쟁률이 올해는 280대1까지 올랐다.
경쟁률이 하락한 KEIT와 광물자원공사는 모두 지방 이전이 확정된 상태다. KEIT은 올해 하반기 대구로, 광물자원공사는 내년 원주 혁신도시로 이전하게 된다. 반면 표준협회와 KIAT는 이전 계획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쟁률 하락의 원인이 지방근무를 기피하는 구직자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우수 인력들이 서울보다 지방 근무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공기업 직원도 지방에 본사 착공이 시작된 후로 명문대 출신 지원자 수가 급감했다. 이 관계자는 “경력직원들도 금융회사 등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지방이전 공기업들은 서둘러 지역대학과 산학협력 등을 맺어 안정적 인재 확보에 나선 상태다. 한전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지난해 3월 나주에 위치한 동신대학교와 산학협력 MOU를 체결해 지역인재 양성에 들어갔다. 지역인재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명환 한전 인력채용팀 차장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광주 및 전남지역과 비수도권 출신 인재에 대해 서류전형에 한해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에 따라 해당 지역 출신 지원자들은 3%의 가산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만으로는 인재난을 100% 해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전은 인재의 이탈이 자연스럽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