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12-26 1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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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피알이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투자 수익도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가 2024년 2월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에이피알>
[비즈니스포스트] K뷰티 대표 기업인 에이피알이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금융자산 운용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는 화장품·미용기기 본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잉여금을 활용해 전략적 투자와 금융자산 운용을 병행하고 있다. 보수적 차입 기조를 바탕으로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영업외이익까지 함께 확대되는 모습이다.
26일 에이피알의 재무 상황을 종합해보면 부채 부담을 최소화한 ‘가벼운 재무구조’가 두드러진다. 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 중심의 재무 운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올해 3분기 부채비율도 76.98%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자비용 역시 크지 않다.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사실상 미미한 구조다.
에이피알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34억 원, 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31억 원으로 거의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 3분기에는 이자비용 26억 원, 이자수익 46억 원으로 수익이 오히려 더 높았다.
전환사채 운용에서도 같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잠재부채는 조기에 정리하고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엿볼 수 있다.
에이피알은 2023년 발행한 30억 원 규모의 만기 2028년 전환사채(CB)를 올 1월 중도상환했다. 충분한 현금 동원력을 보여준 동시에 주주 친화적 재무 전략을 재확인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로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다수의 소비재 기업들과 달리, 이익잉여금과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에이피알의 무차입 기조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관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에이피알의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차입 규모가 적어 이자비용 등 부수비용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에이피알의 올 3분기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 비중은 77.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포인트 높아졌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금융부채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서 이익잉여금도 속도감 있게 쌓이고 있다. 에이피알의 이익잉여금은 2023년 1237억 원에서 2024년 2291억 원으로 증가했고, 올 3분기에는 3301억 원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안정적 재무구조는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에이피알은 본업에서 창출한 이익잉여금을 단기예금, 채권, 지분투자 등 금융자산에 적극적으로 운용하며 추가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화장품 제조 기업 ‘노디너리’ 투자다.
에이피알은 2021년 8월 노디너리 지분 16.77%를 약 10억 원에 취득한 뒤, 2024년 일부 지분을 매각해 회수금과 잔여 평가이익을 합산한 결과 약 600% 수익률을 거뒀다. ‘3년 만에 6배 수익’이라는 기록을 남긴 똘똘한(?) 투자를 한 셈이다.
▲ 에이피알이 본업에서의 안정적 성과를 통해 금융 투자에서도 성공적 결과를 얻고 있다. 사진은 에이피알이 지난 11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메디큐브 오프라인 팝업. <에이피알>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2024~2026년 50~100% 수준으로 제시됐다. 순차입금비율도 ‘마이너스 구간(순현금 상태)’으로 추정되고 있다. 순차입금이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ROIC는 동종 업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벼운 대차대조표’와 ‘고수익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로 평가된다.
에이피알에 따르면 향후에도 제품 고도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신사업 및 고부가가치 영역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 동시에 잉여금을 활용한 금융자산 운용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는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지주·메리츠금융지주·한국지역난방공사 신종자본증권은 ‘우량 금융·공기업이 발행한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쿠폰 수익을 통해 이자비용을 상쇄하는 이른바 내부 헤지 효과를 제공한다.
반면 디엘에스와 벤처·조합 투자(알엑스씨, 더블케이 덴탈신기술조합 등)는 위험도가 다소 높은 편이다. 노디너리 사례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초과수익을 노리는 투자로 해석된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노디너리 설립 초기 시행한 투자가 큰 수익으로 돌아오게 됐으며 향후 노디너리와 전략적 제휴 외에도 각자 영역에서 더 큰 발전을 이뤄 나갈 계획”이라며 “회사와 산업 전반을 동시 흥행시키는 투자를 이어나가고 투자 가치 및 수익성 제고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