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험사들이 2026년에도 ‘자산운용’ ‘시니어’ ‘생산적 금융’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2025년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가리지 않고 보험 본업 경쟁력이 약화한 해로 평가된다.
손해율 상승과 가입률 둔화 속에서 보험사들은 자산운용과 재무관리로 실적 방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손해보험사에서도 투자부문이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며 보험업권 전반에서 사업 구조 변화가 감지됐다.
25일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보험사 순이익 가운데 투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보다 증가했다.
보험업은 크게 본업인 보험부문과 그동안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얻는 투자부문으로 나뉜다.
보험연구원의 ‘2026년 보험산업 전망’ 보고서 기준 올해 상반기 보험업권 순이익 가운데 투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명보험업계 54.5%, 손해보험업계 53.5%로 각각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9%포인트, 23.9%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보험업황 전반이 둔화하며 본업 성장세가 제한된 가운데 자산운용 성과가 실적을 좌우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손해보험사 실적을 가른 것도 투자부문이었다는 게 눈에 띈다.
기존에는 손해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운용 자산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의 자산운용 역량이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손해보험의 투자부문 비중이 생명보험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손해보험업계가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며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보험업황 악화 타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몇 해째 이어지고 있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실손보험 개편 지연에 손해보험업계의 본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보험 본업에서 수익성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보험업권 전반에서 자산운용과 재무관리 역량을 높이는 게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에 최고경영자(CEO)를 재무책임자(CFO)나 경영전략, 경영관리 전문가가 맡는 게 보험업계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조직개편에서도 리스크관리와 재무관리 조직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부진한 업황을 타개할 방법 가운데 하나로 시니어 고객 유치를 내세운 점도 올해 보험업계 주요 이슈로 꼽힌다.
최근 보험사는 기존 추진하던 요양사업뿐 아니라 보험금청구권신탁 등 신탁업, 자산관리 등 시니어 고객 대상 여러 금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령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행사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활용 서비스 편의성 제공, 맞춤형 상품군 꾸리기 등도 함께 추진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종신보험 관련 사망보험금 유동화도 주요한 시니어 고객 유치 방법으로 바라본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생전에 나눠 받아 생활비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올해 주요 생명보험사부터 판매를 시작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다음 해 1월2일부터는 모든 생명보험사가 해당 종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 ▲ 보험업계가 제공하는 시니어 고객 대상 상품 및 서비스가 요양, 신탁, 사망보험금 유동화 등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사망보험금 유동화 현장점검을 하는 모습. <금융위원회> |
금융권 전반에서 핵심어로 떠오른 생산적 금융 역시 보험업계에서서도 화두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위험계수 조정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생산적 금융을 목표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에 보험업계도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보험금을 장기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보험업 특성상 보수적 투자를 추구했다. 하지만 정부 기조에 맞춰 적극적으로 벤처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신사업 분야 자금 공급에도 나선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다음 해도 업황 회복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보험사 실적은 보험손익 악화로 부진했다”며 “내년도 실적 개선을 쉽사리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다만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중심으로 한 보험 수익성 회복 노력과 규제 변화에 따른 자본관리 부담 완화 등은 실적 유지에 긍정적 요소로 꼽혔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6년 생명보험사는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영업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보험손익 변동성은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투자부문 이익구조는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6년 손해보험사 보험이익창출력은 소폭 감소할 수 있다”며 “하지만 보장성보험 중심 성장 및 투자손익 증가에 따라 전반적으로 안정적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