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업무범위를 확장하면서도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금융투자협회가 지적하며 은행의 자산운용업 진출을 견제했다.
정수섭 금융투자협회 기획조사실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 기자실에서 열린 ‘국내 금융산업의 효율성 분석’ 브리핑에서 “국내 금융산업이 은행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과 같이 압도적인 지점망과 영업력 등을 앞세워 금융시장을 과점하는 구조는 규모면에서 열세인 다른 금융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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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
금융위원회가 신탁법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해 은행들에게 집합투자업(자산운용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금융회사의 전체 자산 가운데 은행이 61.3%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은 24.1%, 금융투자는 9.4% 등이다.
자기자본 기준으로도 은행이 46.9%, 보험 28.5%, 금융투자 13.5% 등으로 나타나 금융산업이 은행 중심의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는 은행이 그동안 수익성 개선을 명목으로 생산성과 비용효율성 개선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펀드판매와 보험판매, 일임업(ISA) 등 다른 금융업권의 업무로 확대를 지속 요구하고 확장해 왔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업무범위 확대 사례를 살펴보면 1998년 펀드판매, 2003년 저축성보험 판매, 2005년 순수보장성보험 판매, 2006년 만기환급보험 판매, 2010년 투자자문, 2013년 원금보장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2014년 통화·이자율 장내파생상품 직접 매매, 2016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운영에 한정한 일임업 허용 등이다.
정 실장은 “현재 주요은행은 대부분 지주사 아래 있기 때문에 다른 업권의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데도 은행의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은행은 업무영역 확대 추세와 무관하게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돼왔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수익성은 다른 금융업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5년 기준으로 2.08%로 집계됐는데 생명보험(5.83%), 손해보험(9.60%), 여신전문(1.45%), 증권사(6.87%), 자산운용사(12.44%)보다 낮았다.
은행의 1인당 순이익은 2015년 기준으로 3300만 원으로 카드(1억4600만 원), 생명보험(1억3100만 원), 증권(8900만 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의 1인당 순이익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1년 1억800만 원, 2012년 6800만 원, 2013년 3300만 원, 2014년 5100만 원, 2015년 3300만 원으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정 실장은 은행의 비용효율성도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업에서 비용절감 노력이 가속화됐지만 국내은행의 비용효율성은 오히려 악화된 데다 주요국가들과 비교해도 효율성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