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화장품 오너 일가와 경영진들이 2010년 8월19일 서울 명동 중앙로에서 열린 '더 샘(the saem)' 명동 1호점 오픈 행사에서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왼쪽 다섯 번째부터 김숙자 회장, 임충헌 회장, 이용준 부회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화장품은 1962년 임광정·김남용 두 창업주 명예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한국의 1세대 화장품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1978년 상장했고, 2010년 화장품 판매 사업부문을 떼어내 ‘한국화장품’(신설법인)을 설립한 후 잔존법인의 이름을 ‘한국화장품제조’로 바꿨다.
두 창업주는 사돈 관계이기도 하다. 임광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임충헌 회장(1941년생)과 김남용 명예회장의 차녀인 김옥자씨가 결혼하면서다. 공동창업주가 사돈 관계까지 맺은 것은 업계에서 매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화장품 그룹은 두 창업주의 자녀들이 함께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오너 2세 두 사람이 함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임충헌 회장과, 김남용 명예회장의 장녀인 김숙자 회장(1939년생)이 그 주인공이다. 김숙자 회장은 임충헌 회장의 처형이 된다.
임충헌·김숙자 회장은 현재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대신 오너 3세인
이용준 대표이사 부회장과 임진서 부사장(사내이사)이 함께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용준 부회장은 김숙자 회장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은 임충헌 회장의 아들이다.
다만 지분 승계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그룹 최상단에 있는 한국화장품제조의 경우 임충헌·김숙자 회장이 나란히 최대주주(11.54%)와 2대주주(11.21%)에 올라있다. 한국화장품에서는 두 사람이 한국화장품제조(20.00%)에 이은 2대주주(11.54%)와 3대주주(9.45%)다.
두 오너 2세 회장이 모두 고령이기 때문에 지분 승계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용준 부회장과 임진서 부사장 중심으로 승계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씨저널은 한국화장품 그룹의 지분 승계 계획에 대해 묻고자 회사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 ‘두 가족 경영’ 지분구조 복잡해 분쟁 가능성 존재
이런 ‘두 가족 경영’ 구도 때문에 한국화장품 그룹의 지분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한국화장품제조의 지분구조를 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12명이 45.03%의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임충헌 회장 11.54%, 김숙자 회장 11.21%,
이용준 부회장 10.99%, 임진서 부사장 5.62%, 김옥자씨 2.90% 순이다.
가족별로 보면 임 회장 가족이 17.51%, 김 회장 가족(김옥자씨 포함) 27.52%로, 김 회장 가족의 지분율이 훨씬 높다.
판매회사인 한국화장품 지분율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50.65% 중 임 회장 가족이 12.13%, 김 회장 가족(김옥자씨 포함)이 18.52%로 김 회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다. 나머지 20%는 한국화장품제조의 지분이다.
이와 함께 기타 계열사인 더샘인터내셔널, 힐리브 등도 한국화장품이 지분 전부 또는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김 회장 쪽의 영향력이 더 크게 미치고 있다.
요컨대 한국화장품 그룹의 총수와 개인 최대주주는 임충헌 회장이지만, 지분율과 경영권(
이용준 부회장)을 감안한 실질적인 지배력은 김숙자 회장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셈이다. 이는 ‘두 가족 경영’ 체제의 균열 가능성이 존재함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오너 2세가 별세하는 등의 상황에 따라 두 집안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 임충헌·김숙자는 누구?
임충헌 회장은 1941년 한국화장품 창업주인 임광정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용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한국화장품에 입사했다. 1988년 대표이사 사장, 1995년 대표이사 회장에 각각 취임했다. 2022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대한화장품공업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 등을 지내며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쳤다.
김숙자 회장은 1939년생으로, 한국화장품 창업주인 김남용 명예회장의 장녀로 태어났다.
청주여고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1997년 사내이사에 올랐다가 2022년 물러났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