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9월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가 최근 정치 행보로 테슬라 실적에 악영향을 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신뢰를 테스트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서 주주들이 일론 머스크 CEO의 임금 보상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그가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투표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2일 블룸버그와 CN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일론 머스크 CEO 임금 보상안과 xAI 투자 안건 표결을 진행할 연례 주총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테슬라 이사회는 새 CEO 선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로빈 덴홈 테슬라 이사회 의장은 10월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톰 주 테슬라 자동차부문 수석부사장을 비롯해 후임자 대안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임금 보상안을 주주 과반이 반대하면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있어 테슬라 이사회가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는 일론 머스크가 앞으로 10년 동안 시가총액과 사업 목표를 달성할 경우 최대 1조 달러(약 1434조 원) 규모의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운영을 주도하기 위해 현재 12% 안팎인 개인 지분율을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거듭 언급해 왔다.
CNBC에 따르면 머스크가 임금 보상을 전부 받으면 테슬라 주식 4억2300만 주를 추가로 취득해 지분율을 25%로 늘릴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인공지능 로봇과 자율주행 중심 기업으로 바꿔낸다는 구상을 내놨는데 주총에서 주식 보상안이 부결되면 사업을 주도할 동력이 약해져 테슬라에서 떠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덴홈 이사회 의장은 신임 CEO 선임을 두고 “내부 인수인계가 유력하지만 외부 후보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테슬라가 xAI에 자금 투자를 해야하는지 여부를 묻는 안건도 주총 핵심 안건에 올라 있다.
일론 머스크는 7월13일 자신이 2023년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 xAI에 테슬라가 투자할지 주주에게 묻겠다고 X(옛 트위터)를 통해 직접 밝혔다.
주총이 결국 일론 머스크를 대상으로 한 주주 ‘찬반투표’ 성격이 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월23일치 기사를 통해 “테슬라 투자자는 탁월한 재능과 문제점 모두 가진 일론 머스크를 선택할지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다”고 평가했다.
| ▲ 프랑스 국영철도(SNCF) 노동자들이 10월2일 프랑스 파리 인근 생투앙에 위치한 테슬라 프랑스 본사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번 연례 주총은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서 정치적 행보를 확대하며 테슬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경영에도 집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뒤 열리는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와 예일대학교는 지난달 공동 연구를 통해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없었다면 2022년 10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미국 내 테슬라 전기차 판매가 최대 126만 대 증가했을 것”이라는 지적했다.
테슬라에 투자했다가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손해를 본 주주로서는 일론 머스크에게 천문학적인 주식 보상을 제공하자는 안건이 달가울 리 없다.
그동안 테슬라 주주는 일론 머스크에 높은 신뢰를 보내왔다.
실제 지난해 6월13일 연례 주총에서 진행했던 2018년 주식 보상안 투표에서도 찬성표가 압도적 다수였다.
플로리다주 연기금(SBA) 또한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머스크를 지지하기로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테슬라라티가 10월27일 보도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 판매와 영업이익 40% 급감 등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고 로봇이나 자율주행 무인택시 등 신사업의 수익화 시점도 불투명해 머스크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단 테슬라 이사회는 주주를 상대로 임금 보상안 찬성을 독려하면서 머스크에게 힘을 실어줬다.
CNBC에 따르면 덴홈 이사회 의장은 10월27일 주주서한을 통해 “일론의 이탈은 그의 재능을 상실하는 것뿐 아니라 테슬라 인재 채용 및 유지의 핵심 동력이 되는 리더의 상실을 의미한다”는 주장했다.
그러나 ISS나 글래스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사는 이사회 독립성과 기업가치 저해를 문제 삼으며 반대를 권고했다.
요컨대 테슬라 주주가 실적 악화에도 일론 머스크에 계속 신뢰를 보낼지 아니면 신임 CEO로 교체 여론이 우세할지 여부가 주총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테슬라는 평소 언론 대응을 자주 하지 않는다”며 “이번 주총을 앞두고는 투표를 독려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