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 등 5곳의 공공기관 노조가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주장하는 다른 공공기관들의 가처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일 전국철도노동조합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민사21부(재판장 문보경)는 1월31일 철도노조가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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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을 이끌고 있다. |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라 노동자들이 임금이나 임금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철도공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에 관해 절대 다수가 가입한 철도노조의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철도공사 등 공공기관들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권고안’에 따라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작성과 변경은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재판부는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철도공사는 특별한 불이익없이 취업규칙 적용시점이 일시적으로 늦춰지게 될 뿐”이라며 “취업규칙 적용시점이 늦춰지는 동안 노조와 공사는 성실히 협의할 수 있어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철도노조 외에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4개 공공기관 노조가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였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철도공사 등 5개 공공기관은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성과연봉제 도입 효력이 정지된다.
법원이 공공기관 노조의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공공기관 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가처분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운수노조에 소속된 8개 공공기관을 포함해 10여개의 공공기관 노조가 현재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철도노조는 그동안 장기간 파업을 벌이며 성과연봉제의 부당성을 알려왔다”며 “이런 사회적분위기가 법원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다른 기관들의 가처분 소송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지난해 9월27일부터 74일간 역대 최장파업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법과 상식에 입각한 것인 만큼 다른 공공기관 노조의 가처분소송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노동자의 불이익을 인정하면서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을 불이익을 언급하며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한국공항공사, 국민연금 등의 노조가 낸 가처분신청도 잇따라 기각됐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기업은행과 철도공사의 가처분 소송의 판결을 비교해보면 결과만 다를 뿐 법리적 판단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현재 본안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처분신청을 다시 한번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현재 본안소송에서 1차 변론을 마치고 2차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