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총괄대표' 롯데 식품군 이영구 연임하나, '실적 선방' VS '인적 쇄신' 무게추는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10-28 13: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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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 연말 정기 임원이사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의 거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식품 계열사의 성적을 볼 때 이영구 부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은 높다. 다만 그가 5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흐름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28일 롯데그룹 안팎에 따르면 다가오는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주요 사업군HQ 총괄대표 가운데 최장수 CEO(최고경영자)인 이영구 부회장의 연임 여부에 시선이 몰린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1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 때 식품군HQ의 전신인 식품BU(비즈니스유닛)장에 올랐다. 햇수로만 보면 6년째 식품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이 식품군HQ 총괄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주요 사업군 가운데 하나인 화학군HQ의 수장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2020년 말 김교현 전 부회장 체제로 전환했다가 2023년 말 이훈기 전 사장 체제로 바뀌었고 이는 다시 2024년 말 이영준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유통군HQ만 하더라도 이영구 부회장이 식품군HQ를 맡는 시기 강희태 전 부회장과 김상현 부회장 체제를 모두 겪었다.
이 부회장은 쇄신에 방점이 찍혔던 2024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자리를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체 CEO의 36%를 물갈이하는 ‘칼바람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이를 비켜간 것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인사였다.
올해 역시 이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롯데그룹 식음료 계열사 안팎에서 나온다.
식음료 계열사들의 실적이 크게 나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통과 화학 계열사들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외식 사업을 도맡고 있는 롯데GRS는 올해 2017년 이후 8년 만의 매출 1조 원대 복귀를 가시화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칠성음료는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뒷걸음질했으나 올해는 3년 만의 반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사업의 양대 축인 음료사업과 주류사업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사업의 가파른 성장이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웰푸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이익이 후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영업이익의 감소 폭이 지난해 11%대의 절반 수준인 5%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다행인 지점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신동빈 회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들어 이영구 부회장을 쇄신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은 낮지 않겠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 부회장은 올해 역할을 더욱 확대하기도 했다. 3월 열린 롯데칠성음료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른 것인데 이는 4년 만의 롯데칠성음료 이사회 복귀라 더욱 주목받았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사를 말한다. 식품군을 총괄하는 대표로서 그룹 차원의 시각으로 롯데칠성음료 경영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풀이됐다.
▲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정관에서 사내이사 임기를 2027년 3월까지 보장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정관으로 보장받고 있는 롯데웰푸드 사내이사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는 롯데웰푸드 소속으로 활동한다.
다만 식품군의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식품 계열사들의 실적이 주춤한 것은 원부자재 단가 상승과 내수 부진이 주된 이유인데 이를 타개할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화학과 유통 계열사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모두 쇄신 대상에 올랐지만 식품 계열사만 유독 조용했다는 점에서 올해는 식품군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롯데그룹에 입사하자마자 롯데칠성음료에서만 6년을 일했으며 이후 롯데정책본부 경영개선실을 거쳐 임원에 오른 뒤 롯데칠성음료 영업전략부문장, 마케팅부문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1년에는 롯데웰푸드의 전신인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맡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을 이끌었다.
두 회사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말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 식품군HQ에서 부회장이 탄생한 것은 식품BU체제까지 포함해 5년 만의 일이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