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이 2025년 7월29일 서울 여의도 한국해운협회에서 열린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계약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은 한국의 미국 조선업 지원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2024년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미국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1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이곳에 50억 달러(약 7조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필리조선소의 시설을 확충하고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의 종류를 늘리기 위해서다. LNG운반선뿐 아니라 해군 함정까지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같은 미국 사업 확장은 2024년 10월 취임한
김희철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희철 사장은 미국 정부와 해군, 현지 산업계가 얽힌 복잡한 프로젝트인 마스가에서 한화오션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협력 채널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런데 한화오션의 마스가 프로젝트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상무부는 10월14일 한화쉬핑,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USA홀딩스 등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반외국제재법’에 근거해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모든 조직과 개인이 이들 기업과 거래 또는 협력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중국 상무부는 제재 이유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301조 조사 활동을 지원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사들이는 등 미국 진출과 미국과의 사업 협력에 적극적이었다는 이유로 중국의 표적이 됐다고 본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해운사·중국산 선박을 대상으로 미국 내 항만 입항 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한 데 대한 보복조치의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16일 대변인을 통해 “중국이 한화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민간 기업의 운영에 간섭하고 미국의 조선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미 협력을 훼손하려는 무책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이번 제재가 가져올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화의 미국 자회사들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앞으로 한국 한화오션을 제재할 가능성도 있어 조선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조선소가 기자재를 미국 밖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이는 결국 마스가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화오션 쪽은 이번 제재에 대해 “구체적인 영향 범위와 대응 방안에 대해 추가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검토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면서 “한화 필리조선소를 통한 미국 해양 산업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철 사장은 앞으로 중국산 기자재 수급 차질과 선박 건조 일정 지연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부품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1964년생으로 대구 성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화학공학 석사학위, 미국 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각각 받았다.
1988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석유화학(전 한화케미칼, 현 한화솔루션), 한화첨단소재, 한화엘앤씨, 그룹 경영기획실 등을 거쳐 2012년 한화큐셀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한화임팩트 대표이사, 한화에너지 대표이사 등을 지내고 2024년 8월 한화오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한화그룹의 대표적 전략 전문가이자 그룹 내 에너지 계열사에서 능력을 발휘한 ‘에너지통’으로 꼽힌다. 한국공학한림원 일반회원이기도 하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