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10-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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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두산퓨얼셀이 기존 주력제품인 인산염연료전지(PAFC)에 더해 차세대 친환경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양산에 나서고 있다.
이두순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사장은 새로운 제품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영업흑자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이두순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사장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기반으로 적자 극복에 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두산퓨얼셀에 따르면 11월 SOFC 초도물량을 하이창원퓨얼셀 사업에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 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창원퓨얼셀 사업은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공장부지에 연료전지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두산퓨얼셀이 공급하는 SOFC 규모는 9MW(메가와트)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SOFC는 기존 두산퓨얼셀 주력 제품인 인산염연료전지(PAFC)와 비교해 한 발 더 나아간 차세대 연료전지로 꼽힌다.
연료전지는 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한 원료를 주입한 뒤 이를 고온의 수증기와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하고 이 수소를 다시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제품에 따라 직접 수소를 투입할 수도 있다.
PAFC는 액체 인산을, SOFC는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한다. PAFC가 상대적으로 낮은 200도 내외의 온도로 작동해 42% 전력 효율 보이는 반면 SOFC는 이온 전도성과 전극 반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600~1천 도의 고온으로 가동돼 55% 수준의 전력효율을 낸다는 특징을 가졌다.
두산퓨얼셀은 2022년에는 SOFC 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SOFC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SOFC 본격적 상용화를 앞두고 보도자료를 통해 "연료전지는 데이터센터 등 AI로 인한 다양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최적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청정 에너지 솔루션"이라며 "상업용 전력 시장과 해상 모빌리티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탈탄소 전환 가속화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기존 PAFC에 새롭게 개발한 SOFC를 더하며 미국 연료전지 시장 진출에도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장으로서는 실적 개선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 이두순 사장은 기존 PAFC에 새롭게 개발한 SOFC를 더하며 미국 연료전지 시장 진출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제품의 모습. <두산퓨얼셀>
두산퓨얼셀은 2019년 10월 두산 연료전지 사업부문의 인적분할로 설립된 뒤 2020년 26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꾸준히 수익성 하락을 겪었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1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확대로 최근 전력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 사장으로서는 실적 개선을 모색하는데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력 소비의 1.5%인 약 415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가운데 4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2024년의 2배가 넘는 약 945T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전까지 보조적 역할 수행하던 연료전지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주력 전원으로 지위가 상승하는 모양새다.
미국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BE)는 미국 중부지역 최대 에너지 공급업체인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와 1GW(기가와트) 규모 연료전지 공급 계약 체결하기도 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두산퓨얼셀에게도 사업 확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퓨얼셀은 미국 데이터 센터 관련 수주가 쌓일수록 분기 흑자 전환 시기와 관련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올해 6월 발간한 ‘두산퓨얼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두산퓨얼셀은 국내 발전 시장의 불확실성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영환경에서도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등 신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미국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제정되면서 천연가스 기반 연료전지까지 투자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 부분도 두산퓨얼셀 미국 시장 진출 확대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수소는 생산 방식과 이산화탄소 배출 정도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그레이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LNG 등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수소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그레이수소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그레이수소 위주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하이엑시엄을 기반으로 SOFC와 PAFC 등 다양한 제품의 미국 진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