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력망에서 ESS 역할이 더욱 중요해져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공급하는 한국 업체가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ESS가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위협할 정도로 전력 시장에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도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ESS용 배터리 제조 설비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8일 외신을 종합하면 배터리를 사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미국 전력망에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전문매체 E&E뉴스는 22일자 기사를 통해 “ESS가 천연가스와 석탄 발전소 건설 계획에 변수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ESS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보조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ESS에 저장한 전력으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ESS가 미국에서 이를 넘어 에너지망에 주력 설비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실제 미국 청정전력협회(ACP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ESS 설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나 증가했다.
미국 ESS가 전기를 싸게 사서 비쌀 때 파는 ‘차익 거래’나 주파수 조정 등 역할을 넓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파수 조정은 전력 품질의 안정을 위해 발전 전력의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작업인데 ESS가 이런 용도에도 적합해 수요가 커진다는 것이다.
태양광 전문매체 PV매거진은 23일 미국 에너지정보관리국(EIA) 자료를 인용해 “ESS가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등 응용 분야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공급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도 ESS 수요를 견인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업계는 꼽는다.
데이터센터는 특성상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해 ESS 설치가 필수적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신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량이 60기가와트시라는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그리드스트래터지스 전망치도 있다.
배터리업체 테라플로우에너지의 존 파렐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전력망 인프라를 대폭 바꾸지 않아도 ESS로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려고 노후 전력망을 교체하거나 발전소를 추가하는 대신 ESS를 대안으로 설치할 수 있는 셈이다.
▲ 오픈AI가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신설하는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23일 철골 구조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는 한국 배터리 3사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ESS 설치 업체는 그동안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배터리셀을 주로 사용했는데 관세와 세액공제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으로 현지 조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 중국 ESS용 배터리 관세는 올해 41%에서 내년에 58.8%로 상승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4일에 서명한 감세법(OBBB)에도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면 투자세액공제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현지 설비를 이미 확보했거나 준비 중인 한국 배터리 3사가 ESS 시장 확대 흐름을 탈 수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6월1일 미시간주 홀란드 단독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테슬라에 2027년 8월부터 연간 최대 14기와트시 수준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도 이번 달 4일 미국 플랫아이언에너지와 최대 7.2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조지아주 단독공장에서 SK온은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해 내년 하반기 생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또한 삼성SDI도 ESS 제품인 배터리박스(SBB) 1.7과 2.0버전을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ESS용 배터리를 미국에서 직접 제조하는 현지 업체는 테슬라를 비롯해 그리 많지 않아 한국 배터리 3사가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테슬라도 외부에서 ESS용 배터리셀 상당 부분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폭이 유럽이나 중국과 비교해 크게 부진해 한국 배터리 3사 또한 ESS용 제품으로 라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ESS가 미국 전력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할수록 현지에 생산 거점을 꾸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 수주도 따라 늘 공산이 크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미국 ESS 시장 확대로 한국 배터리 제조사가 전기차 캐즘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인베스팅닷컴이 20일 보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