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에 밀려 지난해 12월 세계 수주잔량에서 3위로 미끄러졌다. 현대중공업이 이마바리조선보다 수주잔량이 적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35척, 595만2천CGT다. CGT는 선박의 무게에 선박건조 난이도, 부가가치 등을 고려해 산정한 가치환산톤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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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이는 2015년 12월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2015년 12월에 218척, 961CGT로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12월 수주잔량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인 104척, 679만3천CGT와 일본 이마바리조선의 204척, 626만3천CGT와 비교해 3위에 해당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잔량이 많으면 조선사가 수익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수주활동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며 “반면 수주잔량이 적으면 일감이 부족해져서 조선사가 저가입찰 등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도크(선박건조대)를 순차적으로 폐쇄하면서 수주잔량 감소에 대응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도크를 울산에 10곳, 군산에 1곳 등 총 11곳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울산 도크 한곳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하고 울산의 도크 2곳을 추가 폐쇄하기로 했다. 군산조선소가 폐쇄되면 4천 명이 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클락슨은 내다봤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조선사는 최근 수주잔량에서 일본조선사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수주잔량은 472척·1989만CGT, 일본의 수주잔량은 835척·2006만CGT인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조선사의 수주잔량이 일본조선사보다 적었던 것은 1999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17년 만에 일본조선사에 밀린 것이다.
반면 중국조선사의 수주잔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수주잔량 10위권에 중국조선사 4곳이 이름을 올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중국은 중국선사들이 중국조선사에 발주하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한국조선사는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수주절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