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환송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UN)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 방문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의 이번 순방 일정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실제 경제적 이익을 거둔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상·하원 의원단 등에 대한 접견을 시작으로 3박 5일간의 뉴욕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순방에서 눈에 띄는 점은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의 만남이다. 이 대통령은 래리 핑크 회장과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블랙록은 래리 핑크 회장이 1988년 설립한 자산운용사로 운용 자금이 10조 달러(약 1경3990조 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의 정부'로 불릴 만큼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ETF(상장지수펀드) 브랜드인 '아이셰어즈'(iShares)의 운용사이기도 하다.
특히 핑크 회장은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주창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방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블랙록은 탈탄소화와 지속가능성 기반 투자 전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블랙록은 2024년 4월 발간한 ‘전환 시나리오 보고서’에서 2030년대 중반까지 에너지 전환에 매년 4조 달러(약 5513조 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투입되는 공공 및 민간 자본이 크게 확대돼야 한다며 ‘전환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기술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만큼 이번 만남을 통해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블랙록의 투자 유치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래리 핑크 회장과의 만남뿐 아니라 오는 25일에는 월가의 경제·금융계 인사들과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 행사도 연다. 이 대통령이 직접 월가의 핵심 투자자들과 만나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요청하는 ‘세일즈 외교’를 펼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월가 인사들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외국계 자본을 우리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한국경제 성장의 마중물로 삼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뉴욕 방문을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넘어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본격적으로 알릴 것”이라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 중인 한국 증시에 더욱 활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등 유럽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방위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 ‘K-방위산업 역량 강화를 통한 방산 4대강국 도약’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에서 방위산업 수출 기회를 모색함과 동시에 안보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재명이 지난 19일 서울 청와대에서 열린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이와 별도로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경제외교뿐 아니라 유엔 총회 기조연설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 주재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기조연설에는 비상계엄 사태를 민주적으로 극복한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서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우리 정부의 외교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한국의 기여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하게 됐다. 이번 안보리 공개토의 주제는 ‘인공지능(AI)과 국제 평화·안보’다.
AI가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은 국제사회의 최우선 관심 사항으로 이 대통령이 세계 주요국들 토의를 직접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의 AI 및 안보 정책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기회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영국 언론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능한 곳에서 협력할 방법을 찾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유엔이 진정으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있어 분명히 부족한 점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여러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안보리 공개 토의 주재를 두고 “영국이나 미국 같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 선진국이 주도했던 AI 이슈를 대한민국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라고 짚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