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사진)에 대한 1심 선고가 다음 달 21일로 다가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2023년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를 공개매수할 때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다음달 21일)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징역 15년 중형을 구형했다. 배재현 당시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전현직 임원 4명에게도 징역 7년~12년이 구형됐다.
검찰 측은 유죄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카카오 측의 방어 논리도 만만찮아 무죄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약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세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2023년 2월로 돌아가보자. 당시 하이브와 카카오는 SM엔터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이수만 SM엔터 창업자가 하이브와 손잡자, 이 창업자에게 등을 돌리고 있던 SM엔터 경영진은 카카오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을 의결하는 등 카카오와의 연합전선을 펴고 있었다.
하이브는 SM엔터 공개매수(2월10일~28일)를 선언하여 경영권 확보에 쐐기를 박으려했다.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SM엔터 지분 약 4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공개매수 막바지에 SM엔터 시장 종가가 공개매수가(12만 원)를 넘어, 주주들이 청약에 응하지 않았다.
반격에 나선 카카오는 주당 15만 원에 총 35% 공개매수에 나섰고, 하이브는 경영권 경쟁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공개매수에 성공한 카카오는 결국 SM엔터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후 하이브는 가만있지 않았다. 공개매수 기간 중 누군가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수한 정황이 있다며 시세조종 혐의 조사를 금융감독원에 요청한 것이었다.
신속하게 조사에 나선 금감원 특사경(특별사법경찰)과 검찰은
김범수 창업자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의 시세조종 혐의를 확인했다며 기소했다. 김 창업자가 시세조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지시하고 승인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총 38회 공판이 진행된 이번 사건의 쟁점을 짚어보자.
첫 번째는 장내매수의 목적이다.
검찰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2월28일) 1천억 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장내매수한 것이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개매수 실패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 원) 이상으로 떠받치려 했다는 이야기다.
재판 참고인으로 출석한 금감원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주가를 높이기 위한 매매패턴이 보인다”고 증언했다.
카카오 직원 노트북에서 나온 '12만5천 원' 메모에 대해 검찰은 'SM엔터 주가를 12만5천 원으로 끌어올리라는 지시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카카오측은 어떻게 반박했을까.
당시 SM엔터 주가 흐름과 거래체결 상황을 내세웠다. 주가는 공개매수 5일만에 12만 원을 돌파했고 공개매수가 끝날 무렵 시장유통 주식 가운데 95%가 이미 12만 원 이상에서 거래되었다는 것이다.
카카오측은 “어차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향후 지분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공개매수 기간 중 SM엔터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브측의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1200억 원이나 투입해 5% 지분을 취득하자는 제안을 배 대표가 내부회의에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카카오측은 “경쟁사의 공개매수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장내매수에 나서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반적”이라며 “이 같은 장내매수가 시세조종으로 처벌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검찰 측이 주장하는 12만5천 원 메모의 의미도 반박했다.
12만5천 원으로 끌어올리라는 것이 아니라 12만5천 원 이상으로는 사지 말라는 내용이라고 항변했다. 실제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매수는 12만5천 원 아래에서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두 번째 쟁점은 카카오의 매수패턴이 일반적 시세조종과 유사하냐는 점이다.
검찰은 카카오측이 '고가매수', '물량소진', '종가관여'의 방식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현재 SM엔터 가격이 1만 원일 때 카카오는 매도5호가(1만5천 원)에 주문을 넣는 식으로, 인위적 가격상승을 위한 고가매수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가 SM엔터 주식 100주를 매입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매도1~4호가의 물량이 각각 10주, 5호가가 60주로 형성돼 있다면 매도 5호가까지 매수주문을 넣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2월28일 주문한 내역 중 '매수호가'로 제출한 주문의 절반은 단 한 주도 체결되지 못했다고 한다.
카카오측은 아울러 검찰의 기소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박도 펼쳤다.
인위적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을 입증할 매매패턴 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당시 카카오 투자테이블(내부회의) 논의내용을 모르는 일부 직원들의 카톡 대화내용을 주된 근거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카카오와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간의 공모 여부다.
검찰은 카카오가 원아시아와 공개매수 기간 중 시세조종을 공모했고, 카카오의 매수에 앞서 원아시아가 먼저 SM엔터 주식을 매량매입한 것으로 봤다.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은 10년형을 구형받았다.
검찰이 시세 조종 행위를 했다고 특정한 시점은 2월 16~17일(원아시아측이 매수), 27~28일(카카오측이 매수)이다.
공모 판단에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증언이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그는 법정에서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을 만났을 때 나의 휴대폰으로 배재현 대표와의 전화통화를 연결해줬다”면서 “당시 스피커폰 모드를 설정했기 때문에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었는데, 배 대표가 지 회장에게 SM엔터의 주식 매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원아시아의 지분 매입은 독자적으로 이뤄진 것이지 카카오와는 관련없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원아시아는 이미 하이브의 공개매수 이전부터 SM엔터 지분을 매수했다는 점을 들었다. 원아시아는 공개매수가 발표되지 않았던 2월 3일~7일 사이에 이미 30만주를 매입했다.
아울러 원아시아가 공개매수 기간 중 사들인 SM엔터 지분은 펀드 증액 대금이 활용되었는데, 증액 검토와 결정 시점 역시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시작하기 전이다.
카카오측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원아시아의 SM엔터 매수는 카카오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측은 당시 배 대표와 지 회장 간 통화에서 SM엔터 지분 매입을 요청한 적은 없었고 과거 원아시아가 투자한 카카오 계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서로간 통화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만약 시세조종을 위한 통화였다면 추가 통화가 수차례 이뤄졌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검찰은 양측 간의 추가 통화에 대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측은 원아시아와의 공모혐의와 관련해 오로지 이준호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 진술은 동기 뿐 아니라 내용에도 너무 많은 모순과 왜곡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