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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 |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20대 청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업하며 내걸었던 표어다.
하지만 창업 15년이 지나고 두 사람도 현실 앞에서 갈등과 타협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구글이 로비자금에서도 IT업계 1위에 올랐다.
◆ 구글, 올해 상반기만 로비자금 94억 원 뿌려
구글은 올해 상반기에 로비자금으로만 931만 달러를 쓴 것으로 2일 확인됐다.
IT업계에서 독보적 1위다. ‘책임지는 정치센터(opensecrets.org)라는 미국 선거자금감시단체의 조사 결과 구글은 810만 달러를 지출한 전미케이블통신협회(NCTA)를 제치고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구글이 워싱턴 정가를 주무르는 ‘로비의 공룡’으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글은 지난해에도 미 의회와 규제당국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 데 1410만 달러를 퍼부었다.
이 기간에 IT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로비자금으로 1050만 달러를 써 두번째로 많이 지출했는데,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400만 달러나 더 썼다.
IBM은 지난해 로비자금 700만 달러를 사용했는데 구글은 이보다도 2배 가량 많다. 팀 쿡CEO 체제 이후 애플도 로비자금을 늘리고 있지만 구글은 애플보다 5배 정도 더 많이 썼다.
◆ 구글이 로비자금을 쏟아 붓는 까닭
구글은 왜 이토록 로비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창업한 지 12년 만에 세계 검색시장 70%를 점유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반독점법 관련 조사를 받는 등 규제 또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구글이 로비를 벌이는 이슈들은 온라인 광고, 독점적 시장지배력, 사생활 보호관련 법률 등이다.
구글은 2012년 외국의 인터넷 검열 및 감시를 금지하는 의회법안인 글로벌 온라인 자유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공을 들였다.
그해 구글은 온라인해적금지법(SOPA)과 사이버지적재산고유 및 보호법(CISPA) 등에도 활발한 로비활동을 펼쳤다. 구글은 2012년 한해 동안 로비자금으로 1313만 달러를 썼다.
구글은 최근 배달용 무인항공기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구글의 비밀연구소 ‘구글X’가 개발한 이 작은 무인기는 4개의 프로펠러를 달고 피자나 초콜릿바 같은 물건들을 매달고 물건을 배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구글이 여는 상상력의 세계는 끝이 없지만 현실의 법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무인항공기를 상용화하려면 당장 상업용 무인기 사용이 금지된 규제부터 넘어야 한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무인기 관련 규제를 변경할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글이 워싱턴 정가에서 로비를 벌이지 않을 수 없는 단적인 이유다. 규제에 막혀 상용화가 늦어지는 만큼 손실 또한 커진다.
구글은 구글글래스 등 웨어러블 기기 관련 로비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여러 주 정부가 웨어러블 HUD(Head Up Display) 기기 착용을 금지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현실 타협인가, 사악해지는 것인가
구글의 로비자금 액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미 대선을 기점으로 정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구글은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80만 달러를 기부했다.
구글은 워싱턴에 공식 로비사무소까지 열었고 반독점법 관련 청문회를 앞둔 2011년에 미 민주당과 공화당 전직 고위층이 운영하는 로비 및 홍보업체를 25곳이나 고용하기도 했다.
구글의 이런 변화에 대해 시각이 엇갈린다. 첫 직원이자 페이지 브린의 친구인 크레이그 실버스타인은 “(현실과) 타협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구글드(googled)’의 저자 켄 올레타는 “구글은 이제 검색업체가 아니라 미디어기업”이라며 “그 과정에서 현실과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존 심슨 컨슈머와치독 이사는 “사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이 워싱턴 정가에 뿌리는 돈은 놀랄만한 냉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 삼성도 지난해 로비자금으로 122만 달러 사용
IT기업의 생명이 혁신과 아이디어에 있는 만큼 규제나 법률 같은 현실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로비자금 경쟁도 더욱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구글뿐 아니라 IT기업들의 로비자금 액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미국의 정치자금 조사단체 책임정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미국 자회사 삼성전자아메리카 등을 통해 122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사용해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넘겼다.
삼성은 2012년에 88만 달러를 썼는데 이와 비교하면 39% 정도 로비자금이 늘어났다. 삼성은 지적재산권 침해와 특허소송 등과 관련해 미 상하원과 교육부, 상무부 및 산하단체에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여러 건의 특허소송을 치룬 애플도 지난해 창업 이후 사상 최고로 많은 돈을 로비활동에 뿌렸다. 애플의 지난해 로비자금 액수는 1년 전보다 70%나 많은 337만 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