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산업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한 뒤 산하에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고 산하에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발표됐다.
눈에 띄는 점은 금융감독 조직의 중첩구조다.
정부는 17년 전과 달리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금감원에서 분리해 신설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까지 금융감독 수장만 셋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금융사 등 업계 실무진은 각 감독 조직의 역할과 권한 조정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정부 구상대로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공공기관에 재지정하면 '관치금융'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날 발표된 정부 조직개편안을 두고 금융정책과 감독의 일관성이 약해지면서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우선 업계는 금융감독위원회에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까지 감독당국이 3개로 늘어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금융은 규제산업이다. 다른 산업은 하지 말라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지만 금융은 하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런 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금융사는 중첩된 감독당국의 역할, 책임 분담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17년 만에 부활하는 금융감독위원회 조직의 구성과 내부 금융정책부서 이관, 금융감독원과 소비자보호원 분리 등 문제는 간단히 진행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조직이 쪼개지고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만큼 일정 기간 조직 내부 혼란과 업무 기능 마비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장과 금감원장, 새로 지명될 금융소비자보호원장 사이 관계 정립도 필요하다.
금융조직개편 추진이 공식화됐지만 갈 길이 멀다는 시선이 나온다.
은행권을 포함 금융사들은 감독 중첩 우려에 더해 당장 경영부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배드뱅크나 첨단산업 지원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금융권의 출연,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직개편으로 이런 부분들이 지연되면 재무계획 수립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 강화 등과 관련해서도 “매를 때린다”고 하는데 언제 어디서 때릴 수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충당금 등을 얼마나, 어떻게 쌓아야 할지부터 여러 부분의 결정이 안개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및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위원회로 바뀌면 감독 규정 등도 모조리 바뀌게 될 것”이라며 “다만 조직개편 방향성은 나왔지만 아직 세부 내용이 확실하지 않은 만큼 일단은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자체에 관한 당국 내부 반발과 학계, 시민사회 등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조직개편 추진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문을 통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제대로 작동한다”며 “이를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감독기능 충돌, 검사·제재 중복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소비자보호원 분리, 신설을 반대했다.
한국은행 노조는 “재경부와 금감위는 사실상 같은 공무원 DNA를 나눠가진 하나의 몸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금융감독 개편안은 반쪽짜리 독립”이라고 비판했다.
애초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금융위의 산업정책 기능은 떼어내고 감독 정책과 집행 기능을 통합해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금융감독위를 만들면서 기존 금감원과 통합하지 않고 수장도 따로 둔다. 일단 금융정책과 집행의 분리로 의사결정 체계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위 아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면서 금융정책과 감독집행의 이해상충 소지도 여전히 남게 된다.
여기에 금감원과 신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금융감독 독립성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은 조직 예산 운영 등 측면의 문제도 있다. 금감원은 현재 특수법인으로 금융사들의 감독분담금으로 예산을 충당한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 재원 문제부터 새로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감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이라며 “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위를 금감원과 금소원 위에 두고 이들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독립성을 비롯해 업무 협력 체계 등 모든 측면에서 구조상으로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