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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국가AI컴퓨팅센터' 잇단 유찰에 대폭 손질, '비수도권 설치' 조항이 최대 변수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5-09-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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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국가AI컴퓨팅센터' 잇단 유찰에 대폭 손질, '비수도권 설치' 조항이 최대 변수
▲ 국가AI컴퓨팅센터 3차 공모가 9월 중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수도권 설치' 조항이 민간 기업 참여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2025년 2월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이달 2조 원 규모의 ‘국가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의 3차 공모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앞선 두 차례 공모가 민간 기업의 참여 부족으로 잇따라 유찰된 만큼, 정부가 이번에는 사업 구조를 대폭 손질해 재공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센터를 반드시 '비수도권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유지될 경우, 민간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정부 들어 국가AI전략위원회 설치를 계기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3차 공모가 9월 중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범정부 차원에서 AI 정책과 전략을 총괄·조정하기 위해 설치된 대통령 소속 위원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국가AI전략위원회 설치·운영 규정이 의결됨에 따라 위원회 구성을 마친 뒤, 위원회에서 센터 구축사업 변경안을 심의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위원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공모안 검토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9월 안에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사업 공모를 했지만, 참여 기업이 없어 연속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사업 구조가 지나치게 공공 중심으로 설계돼, 민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전가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가 센터 운영에서 51% 이상의 지분을 요구하면서,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권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민간 지분을 사들이는 ‘바이백(매수청구권)’ 조항은 과도한 리스크로 받아들여졌으며, 국산 AI 반도체 사용 비율을 50% 이상 확보하도록 한 의무 조항도 기업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3차 공모에서 민간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지분을 축소하고 바이백 조항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한편, 국산 AI 반도체 의무 사용 비율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 8월29일 열린 ‘AI 고속도로 협약식 및 간담회’에서 “새로운 국가 AI컴퓨팅센터 추진 방향을 조만간 마련해 2030년까지 GPU 5만 장 이상을 조기 확보하겠다”며 민간과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센터를 반드시 비수도권에 설치하도록 센터 사업 규정은 민간 기업 참여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현행 사업 지침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센터를 비수도권에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비해 전력과 통신망 인프라가 부족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AI 서버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서버보다 5~10배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이 때문에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쓰는 전력량은 소형 발전소나 중소 도시 전체 전력 수요와 맞먹는 수준에 달한다.

따라서 국가AI컴퓨팅센터와 같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를 갖춘 입지가 핵심 요건으로 꼽힌다.

또 센터가 비수도권에 위치할 경우 운영·관리와 사고 대응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신속히 투입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업계 관계자들은 내놓고 있다.

지난 8월29일 배 장관과 주요 클라우드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도 지방 데이터센터 설치의 어려움이 거론됐다.

이 자리에서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200MW급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짓는 경우 인력 채용이 어렵고, 건축 인력도 제한적이어서 실제로는 수도권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도 “지방 데이터센터가 꺼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2조 국가AI컴퓨팅센터' 잇단 유찰에 대폭 손질, '비수도권 설치' 조항이 최대 변수
▲ 지난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범용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광주, 대구, 포항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적·정책적 고려를 감안할 때 비수도권 설치 조항이 완전히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활용 가능한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AI 데이터센터를 신속히 배치하려면 지역 구분보다는 전력·냉각 등 기술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입지가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 유치전에 나선 한 지자체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역은 전력과 인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책도 관련 기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은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에 5만 장 이상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국가 AI 전략의 핵심 사업이다. 

세계적으로 초거대 AI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컴퓨팅 자원의 선제적 확보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판단에서 정부가 공공·민간·학계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거점 센터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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