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9-05 17: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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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자금 압박 속 잇따라 점포를 폐점할 계획을 세우면서 1위 이마트와 3위 롯데마트가 이탈 고객 유입으로 인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이마트 실적 반등을 본격화하는 반면 롯데마트는 올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더구나 홈플러스 폐점에 따른 반사이익도 이마트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가 이마트의 공격적 출점 전략에 맞서 업계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강성현 대표.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이 이마트의 공격적 출점 전략에 맞서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의 위상을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유통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국내사업에서 엇갈린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 인천 남동구에 창고형 할인마트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트레이더스) 구월점을 열었다. 올해 들어서만 2월 트레이더스 마곡점, 4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에 이은 3번째 신규 출점이다.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이마트 매장 수는 2020년 160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54개로 매년 감소했는데 올해 5년 만에 점포수(157개)가 순증으로 돌아섰다.
롯데마트 역시 1월 서울 천호점과 6월 경기 구리점 등 올해 들어 2개 신규 점포를 오픈했다. 천호점은 2019년 8월 롯데마트 롯데몰 수지점 이후 6년 만의 신규 출점이었다.
다만 두 업체의 새 점포 개점은 정반대 전략적 방향성 아래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본격 재개하고 있다. 올해 수도권 3개 매장 출점에 이어 2027년까지 신규 점포 3개 이상을 추가로 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규부지도 5곳 이상 확보해 점포 신설을 구상 중이다.
점포 신설을 위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에브리데이 등 다른 오프라인 업태들의 통합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할인 행사 규모를 키워 집객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반면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면서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롯데마트 제타’ 경쟁력 제고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강성현 대표는 6월 롯데마트 구리점 개장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규 출점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기본적인 방향은 오프라인 효율성을 지향하고 온라인으로 투자를 전환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며 “임대료도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규 출점은) ROI(투자수익률) 측면에서 냉정하게 보고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는 최근 11월16일 수원 원천·대구 동촌·부산 장림·울산 북구·인천 계산점 등 5개 점포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임대료 인하 협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15개 점포를 차례로 폐점할 계획을 세웠다. 이와 별개로 앞서 폐점 결정을 내린 서울 동대문점과 동청주점, 서울 신내점, 순천풍덕점, 부산 반여점도 2027년까지 차례로 문을 닫는다.
홈플러스 기존 고객들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품질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고객이 다수인만큼 폐점에 따른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강 대표 앞에는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출점을 본격 재개하는 이마트와 비교해 온라인 투자에 집중하는 롯데마트는 홈플러스 영업력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오롯이 누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홈플러스 2027년까지 폐점을 결정한 21개 점포 입지를 보면 차량이동 기준 3㎞이내 위치한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 점포는 2㎞이내 5곳, 2~3㎞이내 7곳 등 12곳에 이르는 반면 롯데마트는 서울 금천점(1.1㎞), 인천 계양점(300m), 부산 사하점(845m), 경기 주엽점(2.6㎞), 경기 안산점(2.8㎞), 울산점(1.4㎞) 등 6곳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 마트의 경우 직선거리 기준 3㎞ 이내 경쟁 점포가 위치하면 경합 지역으로 보고 있다.
▲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1층 모습. <롯데마트>
강 대표는 국내사업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마트는 2분기 국내에서 영업손실 453억 원을 냈는데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 영업손실 규모가 3.5배 늘어난 것이다. 적자를 기록 중인 e그로서리 사업 이관과 롯데마트 제타 애플리케이션(앱) 출시에 따른 초기 비용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e그로서리사업은 롯데쇼핑이 영국의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력해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업은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롯데마트로 이관됐다.
업계에서는 오카도와 협력한 첫 센터인 부산 풀필먼트센터가 내년 상반기 가동을 시작하는 만큼 앞으로도 분기별로 100억 원 대 손실이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서는 롯데마트가 올해 국내사업에서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이마트는 2분기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156억 원을 내며 4년 만에 2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통합매입을 통한 원가절감과 이를 가격혜택 등에 재투자해 고객수를 늘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현재 트레이더스 포함 국내 15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 1위 업체다. 홈플러스가 123개로 2위, 롯데마트가 112개로 3위다.
홈플러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롯데마트가 자연스레 업계 2위로 등극할 공산이 매우 큰 상황인 셈이다.
강 대표가 경쟁사 위기를 발판 삼아 국내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점포수가 확대돼야 매입량이 늘어 단가가 낮아지고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출점을 지속하는 것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롯데마트가 지금 국내에서 점포를 늘리는데 소극 적인 것은 내부적으로 해외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