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증권 사외이사들은 전원 금융·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돼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소속돼있는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KB증권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KB금융그룹은 이사회의 구성 원칙으로 ‘전문성과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는 곳이다.
법률·회계·ESG·기술·소비자보호·브랜드 전략 등 폭넓은 배경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다각적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이 KB금융그룹의 이사회 운영 철학이다. 다양한 관점의 충돌과 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질 때 전략의 질이 올라가고, 이해상충도 보다 촘촘히 점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일반론에서 살짝 비켜나있는 계열사가 있다. 바로 KB증권이다.
KB증권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이 금융·경제 영역에 편중돼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에 소속돼있는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금융·경제 전문성 높은 KB증권 이사회, 전문분야의 다양성은 ‘글쎄’
2025년 반기보고서 기준 KB증권 이사회 내 사외이사는 양정원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이사, 현종훈 전 주한외국은행연합회 회장, 유진오(Eugene M. Ohr) 전 캐피탈그룹컴퍼니 애널리스트, 남혜정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등 4명이다. 전원이 금융·경제 영역의 전문가다.
증권업이라는 사업분야에 특화된 전문성은 높지만, 의제의 폭이 넓은 이사회에선 ‘다른 전문분야의 질문’이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KB증권 사외이사진의 구성에서 ESG, IT, 소비자, 브랜드 등 비금융 핵심 영역의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투자·브로커리지·IB 등 사업 구조가 디지털 전환, 글로벌 규제 변화 등의 직접 영향을 받는 만큼, 기술·ESG·소비자 보호 등의 시각이 제도화된 형태로 이사회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사안이라도 기술·규제·소비자 관점에서 ‘체크리스트’를 거치면 결론과 실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KB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완벽한 이사회 구성, KB증권도 따라갈까
KB증권을 제외한 KB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는 금융 외 영역의 전문가들이 안정적으로 포진해 있다.
KB국민은행 이사회는 윤대희, 서태종, 문수복, 김성진, 이정숙 사외이사 등의 인물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문수복 사외이사는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 등을 지낸 IT전문가, 이정숙 사외이사는 삼성증권 컴플라이언스 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지낸 ESG·법률·규제 분야 전문가다.
대형 은행의 디지털·보안 이슈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감안하면, 이런 조합은 업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손해보험 역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보험사인만큼 법률전문가인 이문수 전 수원남부경찰서장과 의료전문가인 조영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KB국민카드 역시 한국 소비자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마케팅 및 소비자보호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최자영 사외이사 등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증권사의 업무 특성상 금융, 경제 전문가로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선제적으로 다양성을 넓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IT전문가인 석준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NH투자증권 역시 IT전문가인 강주영 한국빅데이터학회 운영이사를, 한국투자증권은 예일대 인류학 박사 출신 백영재 전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 ‘사추위’ 소속 각자대표 김성현, KB증권 이사회 거버넌스 개선 책임 무겁다
한쪽에서는 KB증권의 두 각자대표이사 가운데 한 명인
김성현 사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B증권은
김성현 사장이 IB부문 대표이사를, 이홍구 사장이 WM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두 사람의 역할이 이사회 내에서도 나뉜다는 점이다. 2025년 하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김 사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이 사장은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몸을 담고 있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개편에서 사추위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일반적으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이유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 내 위원회 가운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사추위가 ‘이사회의 문지기’로 불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사추위에 대표이사, 그것도 6연임으로 장기집권하고 있는 대표이사가 소속돼있다는 것은 사외이사 인선과 관련한 실질적 책임과 역할이
김성현 대표에게 실려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KB증권의 이사회 전문성 다양화 요구에 김 대표가 화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증권이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의 중요성이 조금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며 “다만 금융권에 요구되는 거버넌스 요구가 일반 산업보다 더 크다는 점을 살피면 사외이사의 전문성 영역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