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웅제약이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이들 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아 본격적인 후기 임상 단계로 나아가기 전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 4일 제약사 반기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대웅제약(사진)이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GC녹십자와 달리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집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에 1066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0.2%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GC녹십자 등 다른 제약사들은 모두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 총액만 보면 대웅제약은 업계 선두와 큰 차이가 없다. 유한양행이 1072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는데, 사실상 대웅제약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2조 원을 돌파한 유한양행과 비교하면, 대웅제약은 매출 규모를 감안했을 때 상당히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간 셈이다.
특히 매출 대비 비중에서는 대웅제약이 압도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웅제약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15.7%로, 유한양행을 포함한 다른 대형 제약사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유한양행은 약 10%, 종근당도 10%, 녹십자 9.4%, 한미약품 14.1% 등이었다.
연구개발 총액이 줄였음에도 신약개발 의지는 굳건하다는 뜻이다.
▲ 대웅제약(사진)이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투자 감소 배경에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 단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일부 품목이 임상 단계를 마치고 출시 국면에 들어서면서 단기 집행 규모가 줄었다.
대신 기초 연구와 제형 연구에 투입되는 경상연구개발비는 늘었다.
대웅제약은 상반기 경상연구개발비로 779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1년 전보다 3.32% 증가했다. 경상연구비는 기존 제품 개선이나 기초 연구 등 반복적 활동에 투입되는 비용을 말한다.
대웅제약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임상 1상과 제제 연구, 전임상 등 초기 단계 과제가 다수를 차지한다.
아직 대규모 후기 임상으로 진입하기 전 단계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투자 총액이 줄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후속 파이프라인 진척에 따라 연구개발 비용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베르시포로신이 임상 2상을 진행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임상을 끝내고 임상 1상에 진입하거나 전임상 단계에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대웅제약의 파이프라인은 모두 23개로 임상 3상에 있는 것은 안구건조증 치료제 물질 1개, 임상 2상에 들어간 것은 베르시포로신을 포함해 3개다.
나머지 19개 후보물질들은 임상 1상이나 전임상,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상반기 연구개발비 감소는 개발완료된 품목 출시 등에 따른 변화”라며 “올해 상반기 경상연구개발비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32%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비 성격의 연구개발 지출은 오히려 커졌다”고 덧붙였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