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엔비디아에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대중국 반도체 규제 완화를 빌미로 매출 일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외신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반도체 투자를 규제한 것은 이들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의 단초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며 사실상의 ‘수출세’를 내기로 한 것과 유사한 조건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전문지 더디플로맷은 4일 “미국의 정책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반도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더하며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장비를 원활히 반입할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철회했다. 사실상 규제 강화를 시행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때 개별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더디플로맷은 “이번 조치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주요 기술을 향한 트럼프 정부의 접근 방식이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위치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을 상위 공정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증설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YMTC와 창신메모리(CXMT)와 같은 중국 메모리 제조사들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자국산 장비 활용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디플로맷은 “YMTC는 중국산 반도체 장비만 사용하는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며 “만약 성공한다면 외국의 장비가 없어도 사업 확장을 지속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CXMT도 D램 시장에서 내년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3위 기업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만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생산량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공장에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워지면 CXMT의 추격은 더욱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중국에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협상카드로 꺼내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반도체공장. |
더디플로맷은 “미국의 조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사업 관련한 승인을 조건으로 반도체 수익 일부를 요구하기 위한 초기 단계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인공지능 반도체 판매를 재개하는 조건으로 해당 매출의 15%를 내도록 하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에서 판매하는 반도체 매출을 미국과 일부 공유하는 대신 장비 반입 허가를 받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에서 자급체제를 구축하기 어렵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엔비디아와 AMD가 현지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러나 더디플로맷은 메모리반도체 관련 규제의 경우 이와 정반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에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면 이는 중국 경쟁업체들의 사업 확장과 성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디플로맷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중국 경쟁사보다 높은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 공장에 투자하지 못하게 되면 점차 시장 지배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정부의 새 규제에 대응해 일부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을 한국에 이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는 YMTC와 CXMT 등 중국 경쟁사들의 추격을 방어하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디플로맷은 트럼프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출 공유를 요구하는 대신 미국에 설비 투자 확대를 압박하며 중국 반도체 규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늘려야만 중국에 장비 반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압박을 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정부는 이외에 반도체에 수입관세 부과, 미국 내 투자 지원금을 대가로 반도체 제조사의 지분 취득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공세 수단을 갖추고 있다.
더디플로맷은 결국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련 수출입 정책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풀어나가야 할 새로운 주요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