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에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연이어 이탈하면서 2대 주주였던 대우건설이 주관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이라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주관사를 맡는 것 자체로 대우건설에는 좋은 실적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철도, 도로와 함께 3대 인프라 사업으로 꼽히는 공항 개발 사업은 국내에서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금호건설, DL이앤씨 등 몇몇 건설사만이 진출해 있다.
이번 가덕도신공항 주관사를 대우건설이 맡게 되면 대우건설로서는 처음으로 공항 건설에서 주관사 담당 경험을 갖게 된다.
하지만 공사 난도가 높아 덥석 사업을 맡기에는 대우건설로서도 조심스럽게 살펴야 할 것이 많은 상황이다.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기업에 리스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현대건설도 '어렵다'한 가덕도 공항건설의 난도, 정원주 공항 건설 고민 깊어지는 이유
첫 번째 리스크는 가덕도신공항의 높은 기술적 난도와 관련된다. 현대건설이 국토부와 공기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주된 원인도 매립 난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덕도신공항 공사에서 특히 난관으로 꼽히는 것은 지반 강화 과정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해저 최대 60m까지 불안정한 점토층이 존재하는 초연약지반으로 이뤄져 있어 특별한 공법이 요구된다.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현대건설이 내세운 것은 케이슨 공법이다.
케이슨은 물속에서 시설물을 짓거나 기초 작업을 할 때 가라앉히는 속이 빈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보통 케이슨 1함의 크기는 12층 아파트 1동의 크기와 맞먹는다. 국내에서 공항 건설에 케이슨 공법을 적용한 것은 DL이앤씨가 최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활주로를 시공하는 데는 세심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600톤에 달하는 항공기가 전속력으로 달릴 때의 하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활주로의 두께를 일반 도로보다 3배 가까이 두껍게 포장한다. 활주로의 작은 균열도 항공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활주로 구역은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것)가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지반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해상공사 전문가 대우건설, 가덕도에서 역량 발휘 만전
대우건설의 경우 국토교통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토목공사 부문에서 지난해와 올해 1위를 기록했고 다수의 항만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해상 공사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대우건설이 수행한 카타르 수리조선소, 알제리 젠젠항만공사, 울산신항 남방파제 공사 등은 케이슨 공법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은 해상 공사인데 우리나라에서 영종도신공항을 제외하고 해상 공항은 많지 않다”며 “해상 공사에 경험이 없는 것은 대우건설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 6명의 대통령 거친 가덕도 공항사업, 정원주 정치적 리스크 문제없나
한쪽에서는 기술적 난도 외에도 가덕도신공항이 갖는 정치적 민감도가 예상치 못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가덕도신공항은 2006년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6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에 따라 ‘신공항 건설 계획 백지화(이명박 전 대통령)→김해공항 확장(박근혜 전 대통령)→가덕도 신공항 건설(문재인 전 대통령)’로 논의가 바뀌어 왔다.
게다가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이유로 윤석열 정부와의 부적절한 연관성을 문제 삼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 관저 공사 때 현대건설이 뇌물 공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가덕도신공항에 단독 응찰하는 특혜를 누렸고, 탄핵과 정권 교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무리한 사업 철수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가덕도신공항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정치적 의혹까지 가세하자
정원주 회장이 각종 리스크를 무릅쓰고 주관사로 나설 것인지 여부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이 쉽사리 가덕도 공항 건설에서 발을 빼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된 정부의 의지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6년 예산안 가운데 가덕도 신공항 관련 예산이 6890억 원 포함됐다.
올해 9640억 원에서 삭감된 금액이긴 하지만 전액삭감 가능성까지 나왔었다는 것을 살피면 여전히 정부의 의지가 살아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