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소비자보호가 미흡했던 사건으로 나란히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언급하면서 은행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ELS 사태 뒤 판매를 멈췄던 은행들이 재개를 준비하는 시점에 금융당국이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자 은행권은 속도를 내기보다는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첫번째 줄 왼쪽에서 7번째)이 8월28일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국내은행 20곳 은행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ELS 이슈가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ELS 문제를 언급하면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는 8월31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에서 “금융위는 사모펀드, 홍콩 ELS 사태 등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던 사례로 홍콩 ELS 사태를 꺼내든 것이다.
이 원장은 8월28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더 이상 ELS 불완전판매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권익 침해 사례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장 간담회는 20개 국내은행의 은행장들을 처음으로 만나는 상견례 자리였다. 첫 만남부터 ELS 사태를 짚으면서 강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은행권에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특히 ELS 판매 재개를 준비하는 은행들은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2월 ‘홍콩 H지수 기초 ELS 현황 및 대책’에서 은행 거점점포에 한해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판매 재개 시기는 잠정적으로 9월로 계획했다.
물론 잠정 계획이었던 만큼 9월에 들어선 현재까지 판매 재개 관련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해진다. 실질적으로 당장 판매를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다만 은행들은 판매 재개를 염두에 두고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가 8월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며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자장사 비판 속 비이자이익 확대가 과제인 은행들에게 ELS 판매 재개는 비이자이익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점만 고려한다면 한시라도 빠르게 ELS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은행들은 속도가 아닌 정확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판매 재개 시점은 9월은 물론 10월도 넘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빠르게 판매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금융당국에서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만큼 내부통제를 충분히 갖춘 뒤 판매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도 “정말 빠르면 10월에 판매 재개가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상황은 빠르게 판매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은행들에게는 금융당국이 홍콩 ELS 사태 관련 과징금 산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등으로 체결한 계약에서 얻은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만약 과징금 부과 기준인 ‘수입’을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판매금액으로 해석하면 과징금이 6~7조 원 규모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ELS 사태는 홍콩 증시가 급락하면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대규모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불완전판매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은행들은 조 단위 자율배상을 하기도 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