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의 온고이지신 경영철학이 제약에서 뷰티로 혁신을 이룬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동국제약이 미용(뷰티)을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사업부를 핵심축으로 '매출 1조 클럽'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할 기회를 만나고 있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이 추구해 온 제약과 뷰티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동국제약이 지난해 미용기기 기업 위드닉스와 화장품 기업 리봄화장품을 인수하면서 미용의료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권 회장의 경영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바라본다.
◆ 권기범의 '온고이지신' 경영철학 빛을 보다
권기범 회장은 제약업계에서 무척 겸손하고 조용한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창업주인 아버지 고 권동일 동국제약 회장이 별세한 뒤
권기범 회장은 회장 자리를 바로 메우지 않고 부회장을 거치고 부회장이 된 뒤 12년 만에 회장에 취임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겸손한 그의 성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런 겸손한 성품은 동국제약 경영에서도 나타난다.
권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면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고 발전할 부분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해 내일을 준비하자"고 온고이지신 경영철학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영철학은 동국제약이 과거에 잘 했던 분야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을 이어가는 작업으로 구체화됐다. 연고용 마데카솔의 화장품으로 변화가 그것이다.
권 회장은 동국제약이 1970년에 출시한 피부재생용 연고 마데카솔 브랜드를 활용해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내놓았다.
센텔리안24는 마데카솔과 같은 병풀(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을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가 조화롭게 형성되면서 모든 연령층에 친숙하게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홈쇼핑에서 묶음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온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이라는 인식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회장의 혁신적 시도는 센텔리안24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센텔리안24는 2015년 론칭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누적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권 회장은 센텔리안24 브랜드의 성공에 힘받아 피부미용기기(뷰티 디바이스) 제품도 선보였다. 화장품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기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찾기로 한 것이다.
동국제약의 피부미용기기로 △브라이트닝, 흡수, 탄력의 3가지 피부관리를 제공하는 마데카 프라임 △합리적 가격으로 2가지 피부관리 모드를 탑재한 마데카 프라임 팅글샷·탱글샷 △고가형 프리미엄 제품 마데카 프라임 인피니티로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권 회장은 동국제약이 지난해 지분 50.9%를 인수한 위드닉스와 시너지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드닉스는 2003년 설립된 미용기기 개발·생산·유통업체로 동국제약은 위드닉스를 인수함으로써 미용기기 사업의 연구개발부터 유통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동국제약의 뷰티사업을 포함한 헬스케어 매출은 2331억 원으로 일반의약품 1451억 원과 전문의약품 1863억 원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동국제약은 지난해 위드닉스와 리봄화장품을 인수하면서 뷰티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뷰티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헬스케어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연결 매출이 1조 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 권기범 의약 사업에도 고삐, 아버지 고 권동일 창업회장의 유지 받든다
고 권동일 창업회장은 창업 때부터 "꼭 필요한 약인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약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국민건강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기범 회장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뷰티 사업 뿐만 아니라 의약 사업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의약품청에 동국제약의 주력 잇몸약 '인사돌'을 일반의약품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뒤 판매망 구축에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국제약은 최근 잇몸약 인사돌의 스위스 진출을 계기로 유럽시장 공략에 힘을 더하겠다는 구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유럽에서 고령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고령층 대상 의약품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높아 인사돌의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공식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을 종합하면 유럽국가들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21년 기준 이탈리아는 23.7%, 핀란드 22.9%, 프랑스 20.8%, 독일 22.1%, 스웨덴 20.2% 등 20%를 넘는 경우가 많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동국제약은 올해 초 전립선 비대증 개량신약 '유레스코정'의 품목허가를 받아 국내시장에서 앞으로 6년 간 해당제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권기범 회장은 아버지 권동일 창업회장의 뜻에 따라 '기본사업'인 의약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2002년 매출 300억 원대였던 동국제약의 외형을 2024년 8천억 원까지 성장시켜왔다.
권 회장은 동국제약이 종합 헬스케어그룹으로서 성장하는 제약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경영목표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뷰티와 제약의 경계를 허물어 성장발판을 마련한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또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