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기철 한화비전 대표이사가 취임 후 처음 맞은 분기에서 기대와 달리 순손실을 키우며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전략·기획·영업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성과를 만들어온 경험으로 회사의 실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가 모였던 만큼, 이번 부진은 뼈아픈 결과로 평가된다.
▲ 김기철 한화비전 대표이사(사진)가 하반기 AI CCTV와 반도체 장비 판매 확대를 통해 실적 반등을 노린다. <한화비전> |
김 대표는 해외 CCTV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AI) CCTV와 반도체 장비 판매 확대를 발판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정보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비전은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순손실을 이어갔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비전은 올해 연결기준 2분기 10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33억 원 적자보다 3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회사 측은 비즈니스포스트에 “영업 실적은 좋았으나, 환차손 등 대외 환경 급변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번 부진은 김 대표에게 뼈아픈 결과다. 5월9일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무형 경영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첫 분기부터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경영 능력이 곧바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다만 업계는 상반기 실적 부진에도 하반기부터 한화비전의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비전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 1조9648억 원, 영업이익 2303억 원, 순이익 790억 원을 내며 실적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실적 반등의 열쇠는 한화비전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는 AI CCTV에 있다.
한화비전에 따르면 상반기 AI 기술을 탑재한 네트워크 카메라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50% 급증했다.
김 대표는 물류·공장 안전 솔루션 등으로 고객군을 확대해 AI CCTV 판매를 늘린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상반기 기준 CCTV, 저장장치 등 감시장비를 공급하는 시큐리티사업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87%에 이른다.
이처럼 매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김 대표는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주 법인에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00% 자회사 한화세미텍의 반도체 장비 사업 확대도 한화비전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직접 한화세미텍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만큼 한화세미텍의 반도체 장비 사업의 경영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화세미텍은 상반기에 805억 원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TC본더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2분기부터 인식되기 시작한 관련 매출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에서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TC본더 예상 매출은 올해 157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2026년에는 2520억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에프앤가이드는 한화비전이 2025년 연결기준 매출 1조9648억 원, 영업이익 2303억 원, 순이익 790억 원을 내며 실적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비전> |
한화세미텍은 TC본더 이어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를 올해 말까지 개발을 마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기존 TC본더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더 얇게 구현할 수 있는 장비로,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도입이 확대돼 장비 매출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발 주자임에도 상반기 SK하이닉스 발주 물량의 약 67%를 차지하며 사실상 1위 벤더로 올라섰다”며 “한미세미텍이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