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8-18 14: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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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사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형제애는 보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그룹 부회장의 우애는 더할 나위 없이 돈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계열사에서 받는 형과 동생의 보수 상승 폭이 똑같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가에 다시 한번 조명되고 있다.
18일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의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상반기 보수 상승 폭이 동일했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백화점에서 상반기 보수로 각각 19억1100만 원, 6억8900만 원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상여 없이 급여만 받았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2024년 상반기에 현대백화점에서 받았던 보수는 각각 18억8200만 원, 6억6천만 원이었다. 당시에도 상여 없이 급여만 받았는데 두 사람 모두 상반기 보수가 각각 2900만 원씩 늘었다.
통상 급여의 상승 폭은 비율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정액으로 2900만 원씩 보수가 늘었다는 점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엿보인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에서 상반기 보수로 6억1300만 원을 받았다. 정교선 회장이 이 회사에서 받은 상반기 보수는 5억1300만 원이다.
정지선 회장의 보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억 원 늘었지만 정교선 부회장의 보수는 변함이 없었다. 정지선 회장만 보수를 더 챙겼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홈쇼핑 보수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홈쇼핑에서 상반기 보수로 9억3400만 원을 수령했는데 이는 2024년 상반기 보수보다 1억 원 늘어난 것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에서 정지선 회장의 보수가 늘어난 만큼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홈쇼핑에서 보수를 더 수령한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받은 상반기 보수를 종합하면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형제가 받은 보수는 각각 1억2900만 원씩 올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독특한 형제애가 보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다른 재벌그룹과 달리 형제 사이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룹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한다는 것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설명이다.
두 형제 사이에 물론 실질적 차이도 존재한다. 정지선 회장은 2002년 말 그룹 총괄부회장에 오른 뒤 5년 만인 2007년 12월 회장에 올라 18년 가까이 직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교선 부회장은 2011년 12월 부회장에 오른 뒤 여태껏 그룹 부회장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지선 회장은 전권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교선 부회장의 보폭이 넓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동생을 만년 부회장으로 두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지선 회장이 오랜 기간 홀로 그룹을 대표하는 회장을 맡았던 것은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컨대 정교선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면 본업과 무관한 계열분리 얘기가 현대백화점그룹 안팎에서 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느라 힘을 낭비하기보다는 정지선 회장만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내부적으로도 형제 중 누가 실세인지를 따지다보면 임원들 사이의 충성경쟁이 예상치 못한 일로 튈 수도 있는데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는 점은 정지선 회장의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교선 부회장은 13년 동안 그룹 부회장에 머무르다가 2024년 10월 말 실시된 현대백화점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현대홈쇼핑 회장에 올랐다. 적어도 정교선 부회장이 경영을 주도하는 현대백화점에서 만큼은 회장 타이틀을 달아준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도 항상 형제의 공동경영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 9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내놓으면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의 축으로 하는 두 개의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려고 했다. 당시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정지선 회장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정교선 부회장이 맡는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지주회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현대백화점그룹이 그린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주주들의 반발로 좌초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결국 현대지에프홀딩스의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이 과정을 통해 현대백화점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산하 사업회사로 재편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계열분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형제의 돈독한 사이와 별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덩치를 볼 때 그룹을 둘로 쪼개는 것보다 하나로 운영하는 것이 회사의 발전에 더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