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건설 '산재 척결' 정부 기조 속 사망사고 발생, 실적 회복 속 안전 강화 '발등의 불'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8-11 15: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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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건설업계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고강도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DL건설이 사망사고로 피할 수 없는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강 대표는 취임 1년 동안 중대재해 없이 DL건설 실적 반등에 속도를 내고 있었는데 인명 사고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DL건설은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 DL건설은 사망사고 발생으로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에 산재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사후 조치 내용과 현재까지 조치한 내용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역대 처음으로 토의 과정이 여과 없이 생중계된 국무회의 주제를 ‘중대재해 근절’로 삼았다.
지난달 28일 발생했던 포스코이앤씨의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올해를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그에 앞서 끼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SPC의 공장 현장을 직접 찾은 이 대통령은 잇따른 산재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사람의 목숨을 목숨처럼 여기지 않고 작업 도구로 여기는 게 아닌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닌가’ 등의 발언을 통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재차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건설면허 취소’를 언급하면서 건설업계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고용부와 국토교통부 등 핵심 관계부처들도 11일부터 50일 동안 전국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단속에 나서는 등 산재 예방을 위해 본격적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칼날이 DL건설에도 향하게 됐다. DL건설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대통령실이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8일 DL건설의 경기 의정부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6층 높이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 A씨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DL건설 하청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부터 경찰과 고용부는 추락 방지 안전장치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등의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A씨가 작업 진행 과정에서 안전고리를 걸고 있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파악하며 현장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의 과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9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휴가에서 복귀한 이 대통령이 앞으로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국정상황실을 통해 공유, 전파하는 현 체계는 유지하되 대통령에게 좀 더 빠르게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산재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의지를 전했다.
DL건설의 ‘중대재해 제로(0)’와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던 강윤호 대표는 취임 1년 만에 중대한 고비를 맞았는데 최근의 엄중한 분위기에 따라 이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 대표는 지난해 8월13일 이사회를 거쳐 DL건설 대표에 선임됐다. 1964년생인 강 대표는 단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대림산업에 입사한 뒤 DL이앤씨 경영관리실 인재관리실장 상무, DL건설 경영지원본부 인사총무담당 상무를 거쳐 DL건설 대표이사 전무에 올랐다.
DL건설은 2023년부터 이번 사고 직전까지 중대재해 없이 안전사고 예방에 힘써왔지만 강 대표 체제에서 2년 반가량 만에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DL건설은 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의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있어 미비한 점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또 이번 사고는 정부의 안전 정책 기조에 발맞춘 DL건설의 추락사고 예방 노력을 무색하게 한 사건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DL건설은 올해 4월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 대책을 강화하고 있었다. 4월1일 임성훈 DL건설 최고안전책임자(CSO)는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메시지를 발표해 “추락사고는 철저한 준비와 실천, 그리고 리더의 관심이 있을 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DL건설은 지난해 부진 이후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건설업계 산재 사망사고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실>
DL건설은 강 대표 선임 직전인 지난해 2분기 모든 현장을 대상으로 리스크 요인을 재점검한 뒤 예정원가를 상향 조정해 반영했다. 아울러 지방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공사미수금도 대손비용으로 추가 반영해 영업손실 74억 원을 거뒀다. 이에 DL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3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7.4% 급감했다.
강 대표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털고 고원가 현장 비중이 낮아지는 데 힘입어 DL건설은 올해 들어 완연한 수익성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DL건설은 상반기 영업이익 44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목표인 1천억 원과 비교해봐도 44.6%로 준수한 달성률을 기록했다.
다만 사망사고 이후 모든 현장의 공사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데 따른 매출 인식 지연, 추가 비용 등을 배제할 수 없어 영업이익 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DL건설이 올해 일감 확보에서는 아쉬운 성과를 내고 있었다는 점도 안전 역량 강화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으로 읽힌다.
DL건설은 올해 2조5천억 원 규모의 연간 수주계획을 세웠지만 1분기 2100억 원, 2분기 250억 원 등을 합쳐 상반기 신규수주 2360억 원에 그쳤다. 목표 달성률이 10%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강 대표는 선임 이후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전개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왔다. 이에 따라 수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사업 안정성이 높은 공공공사 일감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는데 최근 수주 부진은 이런 전략 조정 과정에서 나오는 공백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정부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강도 높은 경영상 제재를 예고한 만큼 추가 산재가 나온다면 공공공사 신규수주에 힘을 싣고 있는 전략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2명 이상이 사망한 사고를 낸 기업에게 2년 동안 공공공사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있는 조건을 1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6월 DL건설을 놓고 “주택시장 불확실성에 따라 보수적 수주 기조를 강화하고 공공사업 등 리스크가 낮은 사업에 집중하면서 신규수주가 축소됐다”며 “공사비를 상당부문 확보한 기성불 현장, 공공사업 예정물량 등으로 경기 대응력을 갖췄지만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아 분양위험 통제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