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ournal
Cjournal
기업과산업  화학·에너지

[초격차스타트업] 솔라리노 박헌균 "누구나 깨끗한 물 마실 수 있게" 개인용 태양열 해수 담수기 개발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5-08-08 11:29:29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초격차스타트업] 솔라리노 박헌균 "누구나 깨끗한 물 마실 수 있게" 개인용 태양열 해수 담수기 개발
▲ 박헌균 솔라니노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물은 생명의 기본이잖아요. 세상 사람들 누구나 깨끗한 물 한 잔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헌균 솔라리노 대표의 말에는 진심이 오롯이 묻어났다. 박 대표가 회사를 창업하고 이제까지 이끌어 온 과정을 보면 진심은 더욱 선명해진다.

솔라리노는 여행용 캐리어 크기의 지하수 담수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태양열로 개인용 해수 담수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물에서 유해 염분을 제거해 간편하게 안전한 식수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박 대표는 솔라리노의 시작을 “사실은 집 옥상에서 취미로 하던 일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솔라리노에는 박 대표의 인생 경력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정밀화학(현재 롯데정밀화학)에서 근무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 자리를 옮긴다.

“전공이 화학이라 원래 물의 표면 성질과 관련된 연구를 했었는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 온 뒤에는 태양전지 관련 개발을 맡았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우연찮게도 물이 부족한 아랍권 국가들하고 공동연구를 많이 하게 됐죠.”

박 대표는 물이 부족한 국가들을 자주 드나들다 보니 현지에서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담수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현장을 보게 되고 관련 기술 연구에 흥미를 느꼈다.

“몇몇 나라에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담수화하는 것을 봤는데 효율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좀 아쉬웠습니다. 제가 만들면 더 싸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013년부터 취미 삼아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박 대표의 연구는 성공적이었다. 물 관련 행사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제품을 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2015년에 대구와 경주에서 제7차 세계 물 포럼이 열렸고,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습니다. 행사를 통해 연구 내용을 발표했는데, 특히 아프리카에서 오신 분들이 물건을 빨리 만들어 달라고 재촉하더군요. 그때마다 ‘저는 그냥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넘어가다가 2020년에 제대로 해보자 마음먹고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솔라리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업기업으로 시작해 미국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2024년에는 태양열 담수기 ‘소살리노(Sosalinno)’로, 2025년에는 축전식 탈염방식을 활용한 담수기 ‘디살리노(Desalinno)’로 두 차례 혁신상을 받는 성과를 냈다.

CES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주관으로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가전 박람회다. 매년 새로 출품된 제품을 대상으로 세계 각지 100여 명의 심사위원의 평가를 거쳐 기술성, 혁신성이 뛰어난 제품을 대상으로 혁신상을 준다. CES의 혁신상은 세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솔라리노는 유네스코(UNESCO)와 같은 국제기구와 협업하며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현지 기관, 대학과 협업을 통해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깨끗한 식수를 확보하는 일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중요한 숙제인 만큼 소형화한 담수기 수요는 매우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깨끗한 식수의 확보는 저개발 국가는 물론 선진국까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유럽 일부 지역은 물에 석회가 많고 미국이나 남미의 일부 지역도 물에 염도가 높거나 해로운 염분이 녹아 있습니다. CES 혁신상을 받았을 때, 라스베이거스 전시장의 수돗물의 염도를 조사해 봤는데 너무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현지 분들에게 물어보니 여기 물은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초격차스타트업] 솔라리노 박헌균 "누구나 깨끗한 물 마실 수 있게" 개인용 태양열 해수 담수기 개발
▲ 여행용 캐리어 크기의 담수기 ‘소살리노’의 모습(왼쪽). 박헌균 솔라리노 대표(오른쪽 사진 가운데)가 올해 2월 케냐 무랑가수도회사와 담수기 성능을 시험하며 직접 시음하는 모습. <본인 제공>
사실 식수 문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둔감하게 생각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한반도의 지질이 화강암 지반이라 식수에 적합한 깨끗한 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에 특정 유해 성분이 많은 지역에서는 확보된 담수가 당장은 식수로 적합해 보여도 평생을 섭취했을 때 부작용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 깨끗한 식수의 확보가 보건 문제와도 연결되는 셈이니 해당 국가의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아프리카 동부 지역은 물에 불소가 많아서 평생을 마시다 보면 치아가 까맣게 되거나 심하면 뼈가 손상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례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시내를 걷다 보면 등이 굽거나 휜 노인들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국가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 보니 물에서 불소를 제거하는 데 솔라리노의 기술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실증하고 있습니다. 케냐에서는 9시 뉴스에도 출연해 봤습니다.”

솔라리노 담수기의 중요한 혁신성은 개인이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은 데다 태양광 에너지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별도 전원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특성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매우 의미가 크다.

“대규모로 담수를 공급하려면 엄청난 설비와 수도관 같은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서는 대규모 인프라 마련이 어렵습니다. 결국 마을 단위, 가족 단위로 식수를 확보하는 일이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박 대표가 솔라리노의 기술을 통해 구축하려는 수익모델에는 매일 같이 식수 확보에 고민하는, 솔라리노의 기술이 절실한 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깨끗한 물 한 잔을 편하게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박 대표의 진심이 담긴 셈이다.

“완제품을 파는 것보다 중요 제품을 모듈화해서 현지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모듈을 공급하고 현지인들에 조립과 사용 방법을 알려주면 문제가 발생해도 바로 해결할 수 있잖아요. 그래야 필요한 사람들이 솔라리노의 기술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이상호 기자

최신기사

'3기신도시' 남양주왕숙 첫 일반공급 청약 경쟁률 19.8대 1, 하남교산 부천대장보단..
한국가스공사 2분기 영업이익 13.1% 줄어, 미수금은 482억 증가
코스피 외국인·기관 매도세에 3210선 하락 마감, 코스닥은 800선 상승
중국 SMIC '엔비디아 대체' 수요에 파운드리 수혜, "미국 관세 타격은 미미"
하나증권 "카카오 장래희망은 SNS+AI, 선도적 AI 서비스 긍정적"
티빙-웨이브 통합 9부 능선 넘었다. CJENM 윤상현 책임감 더 커진다
'상승피로' 방산주 옥석가리기 진입, 자주포·전차 굳건한 한화에어로·현대로템 부각
시중은행 퇴직연금 IRP 경쟁 갈수록 열세, 로보어드바이저로 돌파구 마련할까
교보증권 "넷마블 지난해 '나혼렙'이 너무 좋았다, 내년 신작 많다"
비트코인 1억6086만 원대, 리플 소송 종결에 블랙록 '엑스알피ETF' 신청 가능성
Cjournal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