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피스 구성원들이 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 입구 담장에 올라가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석유화학업계가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는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7일(현지시각) 국제환경법센터(CIEL)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에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가 약 234명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연합 대표단 233명보다 많고 한국 정부 대표단 25명과 비교하면 거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 협상워윈회(INC-5)에 파견한 221명보다 늘었다.
현장에 참석한 시민단체들은 석유화학업계의 협상 개입 시도에 즉각 반발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 유엔본부에 석유화학업계를 상징하는 검은 기름 자국을 남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일부 구성원들은 유엔본부 출입문 난간에 올라가 '거대 석유화학업계가 협상장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각 협상 라운드마다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들이 각국 대표단보다 협상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들은 강력한 협약 성안을 방해하고 있으며 그린피스는 유엔이 직접 이들을 협상 현장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의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상한 규제를 명시할지 여부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석유화학업계와 손잡고 규제에 반대하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 페루, 나이지리아 등 국가들은 이를 지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INC-5 개최 이전까지만 해도 규제를 지지하는 쪽이었으나 올해 협상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INC-5.2에 옵서버로 참가하고 있는 김나라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협상이 가열된 만큼 업계 로비스트 규모도 커졌다"며 "이 규모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거대한 자본과 거대한 영향력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를 포함해 이곳 제네바에 모인 모든 회원국은 산업 이익이 아닌 우리의 삶과 미래세대를 대변해야 한다"며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정한 전환을 원한다면 지난해 부산에서처럼 산업의 입장만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