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저가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하면서 저가 중국산 LFP 양극재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압도적 성능을 보유한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양극재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원계 배터리용 양극재에 강점을 지닌 에코프로비엠이 고전압 미드니켈 양극재를 무기로 중국산 중저가 LFP 배터리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준비에 나섰다. 회사는 고전압 미드니켈 양극재를 2027년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 LFP 양극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LFP 양극재 양산 체계를 구축하거나 대체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도 연간 3천 톤 규모의 LFP 양극재를 실험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삼원계 양극재 사업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7월2일 충청북도 청주 오스코에서 충북도와 청주시 주최로 열린 '배터리 인사이트 콘퍼런스 2025'에서 양제헌 에코프로비엠 기술전략실장은 “LFP 양극재도 중요하지만 일단 우리가 잘하고 있는 삼원계 양극재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세계적으로 삼원계 양극재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2022년과 2023년에는 세계 삼원계 양극재 시장에서 출하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 출하량 순위가 6위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삼원계 양극재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다. 회사는 이같은 판매 회복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 흑자 전환했고, 올해 전체로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원계 양극재 가운데 성능이 가장 우수한 제품은 하이니켈 양극재다. 다만 하이니켈 제품은 가격이 비싸 중저가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
▲ 충북 오창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본사 전경. <에코프로비엠>
이에 따라 최 사장은 하이니켈보다 가격은 10% 가량 저렴하지만 LFP 양극재를 비롯한 저가 양극재보다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미드니켈 양극재로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미드니켈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40~70% 수준인 제품이다. LFP 양극재와 비교하면 성능이 우수하고, 하이니켈 양극재와 비교하면 화재 안전성이 더 높다.
그러나 미드니켈 제품도 LFP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최 사장은 가격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미드니켈 양극재를 고전압화해 출력을 높이고, 성능 격차를 더 벌리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같은 미드니켈 양극재라도 전압에 따라 에너지밀도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며 “누가 고전압에서 양극재 수명을 안정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고전압화 외에도 코팅 기술과 도핑 물질 적용, 무세정 공정 등을 통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삼원계 양극재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는 열 안정성 문제도 기술 개발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지난 5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2027년부터 고전압 미드니켈의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양한 글로벌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들과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 2조9817억 원, 영업이익 486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7.8% 늘고, 영업손익은 흑자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회사의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투자 관련 이익이 예상치를 상회하며, 올해 흑자 폭이 당초 추정치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