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8-06 14: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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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CEO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대만 사업에 대해 비록 적자를 내고는 있지만 매출 성장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대만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비록 영업손실 기조는 이어가고 있지만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지점이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대만 사업을 설명하면서 한국 사업의 초창기 모습과 비슷하다고도 강조했는데 수년 안에 대만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김 의장은 6일 열린 쿠팡Inc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나와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쿠팡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와 같은 서비스가 제품커머스부문 성장의 강력한 원동력이 된 것처럼 성장사업부문의 포트폴리오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상당한 시장 기회를 발굴하고 의미 있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위치에 있다”며 “대만은 이러한 기회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현재 대만 사업에서 올해 초 설정했던 목표보다 더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직전 분기와 비교한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23%에서 올해 2분기 54%로 높아졌다. 2개 분기 만에 매출 성장률이 2배 정도 확대한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한 성장률은 더욱 높다.
김 의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2분기 대만 사업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세 자릿수 규모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에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의 2분기 매출이 원화 기준으로 총 19%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만 사업에서 보이는 성장세는 최소 5배 이상 높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의장은 “신규 고객 유입이 성장에 기여했고 활성고객 수도 1분기보다 거의 40% 증가했다”며 “이번 분기에 기록한 매출 성장 및 가속화의 대부분은 기존 고객층의 지속적인 지출 강화와 고객 유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 보면 대만 사업의 성적을 후하게 쳐주기는 힘들다.
쿠팡은 성장사업부문에 대만 사업과 쿠팡이츠, 파페치와 같은 여러 사업을 한 데 묶어놓고 있다. 대만 사업만의 성과를 간접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쿠팡은 2분기 성장사업부문에서 매출 11억9천만 달러, 매출총이익 1억7100만 달러, 조정EBITDA(상각전영업이익) -2억3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4년 2분기보다 매출은 33% 늘었으나 매출총이익은 11% 줄었다. 조정EBITDA 적자 규모도 18% 증가했다.
이익과 관련한 수치들이 모두 빠졌다는 점에서 덩치만 커졌을 뿐 실속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쿠팡이 2분기 전체 사업을 통틀어 기록한 매출총이익률은 30.0%다. 성장사업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14.4%에 그쳤는데 사실상 쿠팡 사업의 핵심인 로켓배송 등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성장사업부문이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의장의 생각은 다르다.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것은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한다는 뜻인데 이를 지속하면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초가 단단해진다고 보고 있다.
김 의장이 대만 사업을 설명하면서 한국 사례를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김 의장은 대만 성과를 묻는 애널리스트의 질의에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만 사업에서의 구조와 역학은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한국에서도 확장에 따른 비효율성을 목격하고 있지만 확신한다. 이전에도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도 해마다 적자 폭이 늘어나는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만큼 대만에서도 이런 성공 모델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대만 북서부 지역의 타오위안시에 위치한 쿠팡 대만 2호 풀필먼트센터 전경. <쿠팡>
쿠팡은 한국에 2014년 익일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부터 영업손실이 덩달아 늘어나 한동안 어려움에 처했다. 쿠팡 영업손실 추이를 보면 2015년 5470억 원에서 2015년 5652억 원, 2016년 6388억 원으로 커지더니 2018년에는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김 의장은 적자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쿠팡을 향한 든든한 우군이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적극적 지원 덕분인 것도 있지만 꾸준한 투자가 언젠가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컸다.
손 회장은 2015년 6월 쿠팡에 10억 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2018년 11월에도 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에 20억 달러를 쐈다.
김 의장은 손정의 회장의 지원과 물류인프라를 향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련한 결실을 2022년 하반기부터 보기 시작했다. 2022년 3분기에 첫 분기 흑자를 내더니 7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2023년에는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도 기록했다.
현재는 매 분기마다 영업이익으로 2천억 원 안팎을 벌고 있는데 이런 성과의 밑바탕에는 김 의장이 뚝심을 갖고 추진한 투자가 깔려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대만 사업을 낙관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쿠팡의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한다면서 “대만이 연간 실적 전망치 수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앞으로 수년 동안 매출을 복리로 증가시키고 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에 기초해 대만 투자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