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테크들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져 이들을 향한 '그린워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이 줄어 빅테크의 탄소중립 목표는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사진은 미국 오리건주 보드맨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로 온실가스 감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는 그 특성상 안정적이고 막대한 전력 공급이 필요한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저탄소 전력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불투명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는데 저탄소 전력원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이같은 비판 여론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빅테크 기업들이 약속한 기후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마존은 이들보다 뒤늦은 2040년까지 탈탄소화를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실케 물디크 '신기후연구소(NCI)' 기후정책 분석가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새로운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활용에 이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불과 2년 전에 이들이 기후목표를 잘 이행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던 것과는 대조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에 집계됐다. 이같은 전력소비량은 향후 몇 년 동안 급등해 2028년에는 그 비중이 최대 1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도 많다.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이 모두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등 저탄소 전력원에서 공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빅테크들은 자체적으로 수립한 탄소중립 이행 계획에 구체적인 이행 수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기후연구소 연구진은 올해 6월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다섯 곳의 온실가스 감축 현황과 전망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빅테크들은 2040년까지 진행한다는 탄소감축 계획에 모두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셰릴스포드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연구진은 "빅테크들은 모두 '시장 기반 회계' 방식에 매우 큰 의존성을 보이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매우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기반 회계란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방식의 하나로 기업이 구매한 재생에너지 인증서나 전력구매계약을 기반으로 배출량을 산정한다. 서류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 수 있으나 실제로는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를 공급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주요 빅테크들은 모두 서류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그린워싱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린워싱은 특정 주체가 친환경적이지 않거나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도 겉으로는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게 포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신기후연구소는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의 전력망 평균 탄소 집약도를 기준으로 배출량을 산정하는 '위치 기반 회계'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전력망 내 저탄소 전력원을 줄일 것으로 전망돼 시장 기반 회계 방식의 문제를 키우고 있다.
앞서 지난달 4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출한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A)' 개정안을 승인했다.
해당 법안에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세액공제를 조기종료시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8년부터 미국 국내 재생에너지 설치량이 전년 대비 41%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OBBA에서 나온 조치를 한층 강화해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지급 대상 프로젝트들의 심사 기준을 강화하라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해당 조치로 2027년 이전 재생에너지 설치량도 기존 전망보다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몰디크 분석가는 "빅테크들은 현재 배출량 증가 속도에 맞춘 재생에너지 계약들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는 가스발전소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의 사실확인 요청에 "기후목표 달성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배출량 감축 방안은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메타, 구글, 애플은 따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