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NBC와 인터뷰에서 대만 TSMC가 미국에 3천억 달러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TSMC가 확정한 투자금의 2배에 육박한다. 대만과 무역 협상에서 TSMC의 투자 확대를 요구하며 압박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 시일에 반도체 수입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며 대만 TSMC의 미국 내 투자 규모를 부풀려 제시했다.
이는 대만과 무역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를 대가로 압박을 강화해 TSMC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대만 기업이 애리조나에 3천억 달러(약 416조억 원)를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TSMC의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 투자 계획을 언급한 것이다.
TSMC는 현재 미국에 모두 1650억 달러를 들여 6곳의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 설비, 연구개발센터 등을 구축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건설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확정된 금액의 두 배에 이르는 투자 계획을 언급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근거로 이러한 액수를 언급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TSMC와 미국 정부로부터 이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대만에 20% 수입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 지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미국과 관세 인하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TSMC의 미국 내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협상 카드 중 하나로 포함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CNBC에 “앞으로 일주일 정도 뒤에 반도체 및 의약품과 관련한 미국의 수입관세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4월부터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시장 조사를 진행해 왔다.
국가별 관세에 더해 반도체 품목별 관세까지 적용된다면 반도체를 미국에 핵심 수출품으로 두고 있는 TSMC와 대만은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통해 반도체를 포함한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앞세워 왔다.
미국 고객사들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고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TSMC가 자연히 핵심 타깃으로 놓일 수밖에 없다.
대만 공상시보는 “대만 정부 관계자들은 몇 주에 걸친 협상에도 미국과 우호적 무역 합의를 이뤄내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했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에 미국의 관세 부과가 최대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바라봤다.
공상시보는 결국 TSMC의 미국 투자 확대가 협상에 최대 관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블룸버그는 대만에서 수입하는 반도체에 높은 관세가 붙는다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메타, 아마존 등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에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 관련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