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에서 노후 화력발전소를 데이터센터 부지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벨기에 생기슬랑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 냉각수 공급 설비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에 있는 노후 화력발전소에 조만간 데이터센터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이 유럽에서 퇴역이 예정된 화력발전소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테크들은 프랑스 엔지, 독일 RWE, 이탈리아 에넬 등 유럽의 주요 발전사들과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화력발전소를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것은 신규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해 건설하는 것과 비교해 장점이 더 많다.
가장 큰 장점은 기존에 발전소가 위치해 있던 부지인 만큼 이미 전력망과 냉각수 인프라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바비 홀리스 마이크로소프트 에너지부문 부사장은 "(발전소 부지들은) 이미 물과 열 회수 같은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다"며 "유럽의 전력망에 더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발전소 부지를 데이터센터로 재활용하게 되면 발전사들은 막대한 노후 발전소 폐쇄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비영리단체 '화석연료를 넘어서'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영국 전역에 위치한 153개 화력발전소들 가운데 대다수가 2038년까지 폐쇄된다.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이 2023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 1.5GW급 발전소 두 곳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은 약 2억2천만 유로(약 2800억 원)로 추산됐다. 153곳을 모두 비슷한 비용에 폐쇄한다고 가정하면 20조 원이 넘게 되는 셈이다.
마이클 크루즈 컨설팅 펌 '아서 디 리틀' 매니징 파트너는 로이터를 통해 "이는 사업 모델 다각화의 일환"이라며 "전력사들이 새로운 유형의 사업과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테크들도 발전소 부지 전환 사업을 활용하면 발전사들과 지금보다 더 낮은 비용을 지불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유럽에 진출한 빅테크들은 저탄소 전력 구매 과정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데이터센터 운영사 OVH에 따르면 빅테크들은 저탄소 전력 구매 과정에서 1MWh당 최대 20유로를 '녹색 프리미엄'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이를 기반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 빅테크들이 녹색 프리미엄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매년 최소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유럽 특유의 느린 인허가 과정으로 인해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설립 과정에서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발전소 부지 전환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
샘 헌팅턴 S&P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 연구 책임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빅테크들은 더 빨리 가동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얼마든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며 "업계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은 전력망 연결을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냐이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