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7-31 14: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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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광산업이 애경산업의 인수자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애경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인 3파전으로 압축됐다. 태광산업 산하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컨소시엄,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폴캐피탈코리아가 최종 후보로 떠오르며 인수전의 막판 기류가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자금 조달력, 재무 건전성, 업종 시너지, 장기 전략 등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태광산업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탄탄한 현금 여력에 직접 경영 의지, 신사업 확장 가능성까지 갖춰 사실상 주도권을 쥐었다는 분석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인수 후보들과 본격적인 실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예비입찰에서는 티투프라이빗에쿼티(태광산업),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 3곳이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이 이번 인수전에서 한발 앞서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무안정성과 사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광산업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6%에 불과한 반면, 1조1천억 원에 이르는 현금화 가능 자산을 바탕으로 인수자금 조달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여기에 인수 후 경영 전략도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태광산업은 실제로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태광산업은 최근 애경산업의 주요 생산기지인 충남 청양공장을 직접 방문해 설비와 생산능력, 인력 구성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 가운데서도 가장 선제적 움직임이다. 자사주를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2천억 원을 애경산업에 직접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무엇보다 태광산업이 유력 후보로 꼽히는 배경에는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닌 ‘직접 경영’과 ‘중장기 보유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을 발판 삼아 기존 섬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생활소비재와 뷰티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화장품과 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에 약 1조5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만큼, 애경산업은 그 출발점이자 전략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장기적 관점의 사업 전략도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PEF는 인수 후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재매각을 추진한다. 반면 태광산업은 단기 수익보다 신사업 다각화와 실질적인 경영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애경산업을 단기 투자 대상이 아닌 중장기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 애경산업의 예비 인수자 후보가 3곳으로 추려졌다.
물론 다른 PEF 후보들의 인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앵커PE는 글로벌 운용자산이 수조 원에 달하는 대형 투자기관이다. 자금 조달 능력이 뛰어나고 인수목적법인(SPC)과 레버리지를 활용한 재무적 구조에 강점을 지닌 전문 투자자다. 과거 더마펌 등 화장품 업계 투자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최근 더마펌의 실적 부진은 투자 안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단기 재무가치를 끌어올린 뒤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인수 이후 기업 오너십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다고 지적된다.
폴캐피탈코리아는 중견 PEF로, 구조조정과 실물 가치 개선에 강점을 가진 내실형 투자자로 분류된다. 다만 단기 유동성이나 글로벌 확장 역량 측면에서는 상대적 열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애경산업 인수전의 최대 변수는 태광산업이 추진 중인 자사주 활용 교환사채(EB) 발행이 법적으로 허용될지 여부다. 태광산업은 보유 중인 애경산업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을 담보로 3200억 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정했다. 다만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EB 발행이 최종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태광산업의 신용도와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조건부 허용 또는 조정 합의 형태의 중재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태광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지분의 24.4%에 해당하지만, 유통되지 않는 물량으로 시장에 직접 매각하는 구조가 아니다. 매도 물량으로 시장에 쏟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충격도 제한적이다. 실제 태광산업의 EB 발행 방식은 대량 매도 목적이 아닌 자사주를 담보로 금융기관과 한시적 거래를 맺는 구조다.
자금 조달의 목적도 법적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태광산업은 이번 EB 발행을 단순 운영자금이 아닌, 애경산업 인수를 통한 신사업 투자 자금 조달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는 상법상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안에서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과거 판례에서도 실질적인 경영 목적이 뚜렷할 경우 자사주 활용 EB 발행을 허용한 사례가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 인수는 단순 투자를 넘어 생활용품과 뷰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내수와 중국 시장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