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확대 개편 vs 기능 분리', 방송·통신 미디어·콘텐츠 정부조직 개편 놓고 찬반 '팽팽'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2025-07-30 16: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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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정기획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개편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방송·미디어·콘텐츠 진흥 정책 기능을 여러 부처에서 방통위로 이관, 진흥과 규제를 함께 수행하는 통합형 기구로 개편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에 여러 부처에 흩어진 진흥 기능을 합쳐 기구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연합뉴스>
하지만 방통위가 진흥 기능까지 맡게 될 경우, 규제 중심 조직의 특성상 진흥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정보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방통위 개편 법안들은 방통위 기능을 미디어 산업 변화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맞춰 확대·재편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방향을 반영해 방통위 기능을 확대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인 방송통신 융합과 진흥 정책 관련 기능을 모두 방통위로 이관, 방송 정책의 주도권을 방통위에 집중시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업무 범위 확대에 따라 기존 5인 체제였던 방송통신위원을 9인으로 늘려, 집행 기능의 전문성과 속도를 높이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최 의원은 지난 24일 열린 민주언론시민연합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 때 창조경제를 하기 위해 미래창조부를 만들며 방송 기능을 쪼갠 것이 지금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방통위 구조 개편은 어긋난 현 체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를 아예 폐지하고, 대통령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으로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뿐 아니라 OTT(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등 시청각미디어 전반의 진흥과 규제, 이용자 보호 기능을 통합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법률 제안 이유에서 “최근 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와 진흥,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 전반에 걸친 정책의 일관성과 신속성이 요구되지만, 현행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원화된 체계는 미디어 융합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고, 정책 실행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녔다”고 밝혔다.
▲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사진)와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방통위를 규제 중심의 전문기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국회 논의와 달리 학계 일각에서는 방통위로 방송통신 진흥과 규제 정책기능을 모두 통합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통위를 규제 중심의 전문기관으로 재정립하고, 콘텐츠 산업 활성화 등 진흥 기능은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시대 변화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방통위 상임위원을 역임한 고삼석 동국대학교 AI융합대학 석좌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OECD 주요국을 보면 영국은 오프콤(Ofcom)이 규제만 담당하고 진흥은 문화부가,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제를 맡고 진흥은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다”며 “규제 기관에 진흥 기능을 얹는 순간, 진흥도 규제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AI 대전환의 초입에 있는 지금은 창의성과 자율성, 시장의 역동성을 살리는 혁신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진흥까지 규제기관이 맡게 되면 오히려 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도 방통위는 규제 기능에 집중하고, 진흥 기능은 별도 부처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방통위가 이름을 바꾸더라도 독립된 합의제 기구로서 하는 게 맞다”며 “미디어 산업 진흥은 방통위, 문화체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흩어져 있는 기능을 통합해 신설 부처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조율 중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르면 8월 초까지 대통령에게 개편안을 보고한 뒤, 하반기 국회에서 정부 조직법 개정 절차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리 기자